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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청각장애인 수화-자막 빈약 TV시청 불편

입력 | 1997-01-02 20:02:00


내 여동생은 청각장애인 2급이다. 어렸을 땐 약간 큰 소리로 말하면 잘 듣고 식구들과의 대화엔 아무런 불편없이 생활했다. TV를 통해 「캔디」라는 만화영화를 보면서 노래도 따라하고 율동도 하면서 형제들과 어울려 즐겁게 놀곤 했다. 당시에는 동생이 장애인이란 생각도 전혀 못했다. 여고시절엔 음악에 맞추어 마이클 잭슨의 춤을 기가 막히게 추어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다. 그만큼 학교생활에도 별 지장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동생이 졸업을 하고 내가 결혼을 한 뒤 어쩌다 친정에 가 동생의 방을 들여다 보면 항상 비디오테이프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거의 대부분 외국영화 테이프들이다. 그 이유는 자막이 있기 때문이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TV보다 자막이 나오는 외국영화 비디오테이프가 동생의 위안거리가 되는 것이다. TV매체는 정상적인 사람도 보지만 장애인들도 많이 보고 있다. 그러나 정상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하다보니 청각 장애인들이 시청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TV에서 장애인 운동이다 뭐다 하면서 실제로는 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라디오가 시각장애인들의 벗이라면 TV는 청각장애인들의 친구가 돼야 할 것이다. 가급적 많은 프로에 자막을 넣거나 수화를 활용, 새해에는 장애인들과 함께 문화적 공간을 즐길 수 있는 TV편성이 되기를 바란다. 윤 선(대구시 북구 읍내동 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