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아침 태양은 백두산이나 지리산 한라산같은 조상 대대로 우리의 염원이 쌓인 명산에서 떠올라야 제멋이다. 그 태양을 바라보며 누구나 한번쯤 우리의 산하를 떠올리며 새해 새각오를 되새기게 된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바로 백두산에서부터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백두대간을 그 뿌리에 두고 있다. 이 백두대간이 바로 오랜 기간 우리나라 지리개념의 중심이었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백두대간이 아닌 엉뚱한 산맥개념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고 지식인들도 많이들 그렇게 알고 있다. 이는 바로 일제의 한국강점과 우리 역사와 의식의 왜곡에서 빚어진 결과이다. 바로 현재의 산맥개념은 일본인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의 작품이다. 이 산맥개념은 식민지의 광물자원을 수탈해 가려던 일제에는 큰 도움이 됐지만 근대적 산맥개념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일제가 전통적인 산맥개념을 폐기하고 백두대간을 마천령 함경 낭림 태백 소백산맥 등 다섯토막으로 갈라놓은 데도 교묘한 술수가 숨겨져 있다. 국토의 이해를 혼란스럽게 해 역사를 단절시키고 민족정기를 꺾어 놓으려는 속셈이었다. 따라서 백두대간 개념의 복원은 일제유산을 청산하고 전통 지리학과 민족정기를 회복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사는 시간과 공간의 장이므로 지리가 훼손돼서는 결코 역사를 바로세울 수 없다. 우리 민족이 확립한 지리개념은 「산과 강의 조화」였다. 산은 물을 가르지만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는 개념이 우리 지리학의 원리다. 이 원리를 기초로 우리 나라의 산맥을 1대간 1정간 13정맥으로 분류한 결정판이 바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다. 민족의 주체성을 확립하고 국민에 대한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백두대간에 대한 보다 깊은 연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선은 백두대간을 우리의 지리교과서에 복원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백두대간의 복원은 우리의 지리 역사 문화를 되찾는 일이다. 동시에 고유의 정신문화를 회복하는 길이다. 나아가 환경보호의 기본철학을 확립하는 첩경이 된다. 대간과 정맥은 동식물의 이동통로가 되므로 생태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자연과의 공존 내지 합일(合一)을 지향하는 생태학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예측도 있고 보면 더욱 그렇다. 차제에 「백두대간 보존법」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백두대간을 보존하는 일이 단기적으로 경제개발과 산업발달에 배치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태계를 보호해 세계적 자연유산을 보존하는 길이 된다. 더구나 일제유산을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되살리는 길이며 역사를 바로세우고 민족문화를 꽃피우는 길이 된다. 최근 통일을 기원하며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행모임이 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과 신령스런 산을 가까이 하려 함은 국가와 민족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일제가 다섯동강이를 내고 냉전체제가 둘로 쪼개 놓은 우리의 백두대간은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 지혜와 용기로 백두대간보존법을 제정하는데 힘을 모으자. 한 복 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