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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코너]일본의 「21세기型 관료사회」만들기

입력 | 1997-01-02 20:02:00


「동경=윤상삼특파원」 「가스미가 세키(霞關)를 해체하라」. 우리나라의 정부종합청사나 과천 제2청사쯤에 해당하는 이곳은 일본 정부의 온갖 중앙부서와 경시청 도쿄지검 고검 등의 준사법기관이 모여있는 「공직의 메카」다. 일본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온 관료사회가 이제 국가 발전의 장애요소로 여겨져 본격적인 개혁의 도마위에 올랐다. 더구나 지난해 후생성과 대장성 관료들의 오직(汚職)사건과 업계와의 유착이 잇따라 드러남에 따라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실시된 중의원 총선에서도 자민당을 비롯한 각당이 앞다퉈 행정개혁의 기치를 내걸었으며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정권은 총리 직속기관으로 「행정개혁회의」를 발족시켰다. 개혁의 갈래는 대략 7개 분야로 집약된다.우선 현재 22개 성청(省廳)을 절반 정도로 줄이고 특히 대장 통산성을 해체한다는 중앙 부처의 재편이다. 다음으로 특수법인을 폐지 축소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자민당 행정개혁추진본부는 지난해 말 88개 특수법인 중 연금복지사업단 고용촉진사업단 등 39개 법인에 대해 폐지 축소 민영화 또는 민간법인화하겠다는 정리 기준안을 제시했다. 셋째, 공무원의 채용방식과 인사교류를 개선하는 등 공무원인사관리제도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2000년까지 현재 인원의 30%를 삭감하고 민간인의 과감한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보조금의 정리 통합 △각종 규제완화 △지방분권의 추진(정부 권한의 대폭 이양) △정보공개법 제정 등이다. 그러나 분야별로 심의 건의권을 갖고 있는 기관이 지나치게 많아 이들이 되레 개혁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행정개혁 프로그램은 올해 상반기에 특수법인 정리 및 규제완화 관련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하반기까지 중앙 성청의 재편 구체안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무원 제도개선위원회를 올 봄에 설치하고 이미 성안된 정보공개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21세기를 맞으려면 전후 50년동안 유지해온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일본 국민의 여망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