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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무속-역술 열풍]역술학원

입력 | 1997-01-03 20:38:00


「孔鍾植기자」 『들창코는 다정다감한 성격입니다. 직각에 가깝게 날카롭게 각이 진 코는 다소 경박하고 재물을 모으기가 힘들어요. 매부리코는 재물이나 여자 때문에 재앙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던 작년 12월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동양역리철학학원 강의실. 우리나라에 2개밖에 없는 공식역술학원 중 한곳인 이 곳에서는 수강생 20여명이 한 중년 여성역술인의 강의를 열심히 메모해가며 듣고 있다. 한달학원비가 20만원으로 5개월코스의 이 학원에서는 하루 2시간씩 명리학(사주) 성명학 풍수지리학 관상학 주역 등 5개 과목을 가르치는 데 이 날은 관상학 시간. 칠판에 한자를 빽빽히 적어가며 이마에서 턱까지 얼굴 각 부분에 대한 설명을 마친 강사는 「손님 끄는 요령」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듣기 좋은 얘기는 많이 해주고 나쁜 얘기는 「빙빙」 돌려서 하세요. 점괘를 뽑는 방법 하나도 남들과는 뭔가 다른 독특한 제스처를 보여주세요』 『요즘 젊은 엄마들 중에는 백화점이나 언론사 문화센터에서 역술을 1년이상 배운 사람이 많아요. 여러분,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망신만 당합니다. 얼굴만 「척」보면 「착」 맞추는 실력이 돼야 해요』 이곳 수강생의 절반은 현재 역술원을 하고 있거나 개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나머지는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듣는 사람들인데 대학생에서부터 60대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직업과 연령이 다양하다.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40대 남자에게 역술을 공부하는 이유를 묻자 쑥스러운 표정으로 『공직에 있다가 얼마전에 명예퇴직을 했다』며 『일단 열심히 배워 본 뒤 개업문제는 몇 달 뒤에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5개월 강의를 수료하면 일단 협회에 가입할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학원에서 배운 것은 입문수준이기 때문에 개업할 정도의 역술인이 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역술인협회의 설명. 한편 무속인의 경우는 내림굿을 주재한 신(神)어머니로부터 무당으로서 갖춰야 할 여러가지 기능을 배워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번에 8백만원이상이나 드는 내림굿 비용 때문에 대한승공경신연합회 소속 학원에서 춤과 장구 바라 등 악기사용법 등 「굿 실기」를 배우고 무당의 길을 걷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