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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불안한 노후]『돈 무덤갈 때까지 지녀야』

입력 | 1997-01-10 20:24:00


「李炳奇·曺源杓기자」 「자식농사」가 바로 「노후준비」로 생각됐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자식농사가 더 이상 노후대책이 될 수 없는 그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자식 교육비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노후에 대한 준비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40, 50대들이다. 최근 명예퇴직 바람까지 불면서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불안감을 갖고서도 막연하게 「아직은…」하고 생각해왔던 사람들도 당장 「발등의 불」로 닥친 것이 바로 은퇴문제다. 노후문제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는 은퇴자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한만큼 개인차원의 은퇴준비가 필수적』이라며 『은퇴에 대한 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30대부터 시작하라』고 충고한다. ▼ 은퇴 대비 30代부터 ▼ 하나은행 개인금융컨설턴트 文焞民(문순민)팀장은 우선 △30대부터 개인연금이나 노후보장보험을 들 것 △최소한 은퇴 10년전부터 자신이 은퇴 후 필요한 총자산이 얼마며 현재 총자산은 얼마인지 꾸준히 체크할 것 △재취업에 대한 정보를 항상 수집하라고 권고한다. 노후를 위한 자금을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불문율이 있다. 「무덤에 묻힐 때까지 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 「내돈이 자식돈이고 자식돈이 내돈」이라는 생각은 부모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무원 군인 교사는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 중앙부처의 차관급 한 고위공직자는 『원금이 아까워 일시불로 받고 싶지만 자식들이 돈없어 허덕이면 자식에게 돈을 주지않을 부모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런 식으로 퇴직금이 없어질 것을 고려, 노후보장을 위해서 연금으로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문제연구소 朴在侃(박재간·74)소장은 최근 자신의 모든 재산을 10세 연하인 부인앞으로 이전했다. 부인이 자신보다 오래사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자신이 세상을 뜬 뒤에도 부인이 불안한 노후를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돈이 없을 때는 「자식에게 당당히 요구하라」는 것도 중요한 원칙. 경기도에서 군수를 역임한 이모씨(72·경기고양시일산3동)는 12년전 정년퇴직하면서 퇴직금을 일시불로 받았다가 자녀들 결혼자금으로 거의 다 써버리고 현재 남은 재산은 동산 3천만원과 아파트 한채 뿐. 은행이자만으로 노부부가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그래서 이씨는 지난 94년 겨울 긴급 가족회의를 열어 2남2녀의 자녀들에게 『우리 부부가 너희들을 키우는데 너무 많은 돈을 써버려 지금 노후자금이 없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모두 매달 15만원씩 보내줄 것을 약속하라』고 단호히 말한 뒤 확답을 받았다. 이후 이씨 부부는 자식들로부터 떳떳이 생활비를 받고 있다. ▼ 평소 부부대화 많아야 ▼ 은퇴후 돈만큼 중요한 게 부부관계다. 노인복지개발연구소 金炳國(김병국)소장은 『은퇴 직후 남성의 경우 갑자기 24시간이 여유시간으로 변하게 되고 이 시간을 부부가 대부분 함께 보내게 되는데 이때 평소에 부부간의 솔직한 대화에 익숙하지 않은 부부는 갑자기 많이 주어진 부부만의 시간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돼 은퇴 후 「부부위기」가 온다』고 설명한다.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자식은 남이다. 주도권을 잡으려 하지마라」는 것이 행복한 노후준비의 주요한 명제다. 공무원 남편의 쥐꼬리만한 월급으로 아들을 의사로 키운 金東玉(김동옥·여·65·대구수성구범물동)씨. 지난 86년 아들을 결혼시킨 뒤에도 항상 김씨는 『내가 얼마나 고생해 키운 아들인데…』라는 생각을 갖고 자식을 대했다. 아들이 벌어온 월급도 자신의 손을 거쳐야 하고 아들 부부만의 주말여행도 못마땅하기만 했다. 이같은 김씨의 행동으로 고부관계는 악화되고 자신은 신경성질환으로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김씨는 정신과의사의 조언으로 자신만을 위한 취미활동 등을 하면서 자식에 대한 기대를 조금씩 포기했다. 그때부터 집안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 김씨는 또 며느리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항상 칭찬하고 좋은 점만 보도록 노력하라」는 의사의 조언에 따랐다. 자신이 맏며느리라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던 며느리도 김씨의 계속된 칭찬이 친척이나 동네사람으로부터 전해지면서 김씨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포기했을 때 오히려 원하던 것을 찾은 셈. ▼ 취미활동 젊을때부터 ▼ 전문가들은 보람찬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취미 봉사활동도 젊어서 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13년전 현직시절에 우연히 배운 침술 관상 등이 현재의 취미 봉사활동의 재산이 되고 있다는 宋基洪(송기홍·68·경기과천시별양동)씨.현직 교사로 근무하면서 익힌 이같은 지식들로 송씨는 퇴직 후 취미생활은 물론 과천시 일대 노인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등 봉사활동까지 하고 있다. 홀몸이 된 사람에게는 재혼은 중요한 노후준비가 된다. 전직 초등학교 교감으로 정년퇴직한 김모씨(72). 20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혼자힘으로 자녀를 키웠으나 최근 갈 곳이 없어져 버렸다. 김씨는 퇴직 후부터 지금까지 8년정도를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 처음 2년가량은 큰 아들집에서 살았지만 장남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차남과 삼남이 『왜 하필이면 내가 모셔야하느냐』며 싸우는 바람에 2남2녀 집을 1년씩 떠돌아 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김씨는 지난해 딸과 며느리의 권유로 59세된 여성을 만나 재혼한 뒤 현재 강원도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羅悳烈(나덕렬)삼성의료원 노인클리닉 담당의사는 「한꺼번에 생활습관을 바꾸지 말고 서서히 적응하라」고 조언한다. 나박사는 또 「나이가 들수록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고 권유한다. 운전이나 컴퓨터 등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은 정신건강뿐만이 아니라 노인성 치매 등을 예방하고 노인성질병을 조기발견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것. 노인문제연구소 박소장은 『평균수명이 늘어난 요즘의 노후준비는 은퇴 후부터 74세까지의 「고령 전기」와 74세이후의 「고령 후기」를 모두 준비해야한다』며 『은퇴 후 10년정도만을 예상하고 은퇴준비를 하다가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기 쉽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