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重炫 기자」 서울 용문고 생물교사 김유식씨(42)의 구로구 구로1동 아파트는 병기창을 방불케 한다. 유탄발사기가 달린 M16소총, K1, K2자동소총, 이스라엘제 우지기관단총, 베레타권총 등 20여정의 모형총기류가 거실벽에 빽빽히 걸려있다. 지프모양의 모터 RC카(원격조종자동차) 등 모형차량 7대와 헬리콥터도 진열돼 있다. 맏아들 정수(15·구일중2년), 둘째 찬수(12·구일초등5년)와 함께 각종 플라스틱모형을 조립하고 공터에 나가 RC카를 조종하는 것이 김씨의 취미. 짬이 나면 양평에 있는 처형집 뒷산을 찾아 보호용안경까지 끼고 모형총으로 서바이벌게임도 즐긴다. 그는 『어린이들이 총을 갖고 논다고해서 금방 탈선이라도 할것처럼 말하는 것은 기우일뿐』이라고 단언한다. 김씨의 조립식취미는 대학 1학년때 문득 문방구앞을 지나다가 충동적으로 조립식 플라스틱 탱크를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83년에는 용문고에서 「모형공작부」라는 특별활동반을 만들어 14년째 지도해 왔다. 『플라스틱모형은 보통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장난감이 아닙니다. 웬만한 끈기와 집중력을 갖고는 제대로 조립하기 힘든만큼 교육효과도 크죠』 플라스틱모형을 조립하는 아빠를 보고자란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같은 취미를 갖게된다. 정수는 요즘 로봇 조립에 깊이 빠져있고 찬수는 모터가 달린 「주니어카」조립을 즐긴다. 플라스틱모형 조립이 싸게 먹히는 취미는 아니다. 플라스틱 BB탄을 쏠수 있는 장총은 2만5천∼3만원, RC카는 조종기까지 합쳐 10만∼2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김씨는 『술 한두번만 안마시면 한달에 드는 10만원 정도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자녀와 취미를 같이하며 나누는 대화와 조립과정에서 키워지는 인내심 등은 돈으로 살수 없다는 것. 『장난감 그만 사주고 공부좀 시키라고도 해봤지만 말을 들어야죠. 놀이가 곧 교육이라나요. 방학때면 아예 「놀때 놀아야한다」며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게 해요』 아내 유승원씨(40)는 때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고교3년생 대입지도만 10년을 맡아온 김씨는 『본인의 의지없이 하는 공부는 성적향상이나 정서발달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과외한번 해본적 없는 정수는 중학교 입학당시 중간이하로 떨어졌던 성적을 최근 혼자힘으로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장난감회사에 취직하는게 정수의 꿈. 『우리 아빠가 동네 아이들사이에서 제일 인기있어요』라고 자랑하는 정수와 찬수에게 김씨는 요즘 보기 드문 「우상」같은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