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뚱뚱한 노처녀가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 「코르셋」의 여주인공은 52㎏이던 체중을 68㎏까지 늘렸다가 다시 원래대로 살을 빼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체중을 줄이기도 어렵지만 어느 정도 한계체중에 오른 사람이 체중을 더 늘리는 것도 독한 마음없이는 불가능하다. 아시아의 역사(力士) 김태현(29·해태). 그의 올해 목표는 체중을 20㎏ 늘리는 것. 「슈퍼헤비급」으로 불리는 1백8㎏이상급은 유일하게 체중 상한선이 없는 체급. 그는 지난해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평소 체중보다 10㎏을 불려 1백33㎏으로 출전, 4위를 차지했다. 출전 선수 18명중 몸무게 순위로는 12위. 당시 가장 무거운 선수는 마크 헨리(미국)로 1백84㎏이었고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던 안드레이 체메르킨(러시아)은 1백65㎏, 2위 로니 벨레르(독일)는 1백38㎏이었다. 물론 스모선수처럼 무작정 살찌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체중은 늘리되 반드시 근육질로 이뤄져야 하는 것. 때문에 웨이트트레이닝 등 혹독한 훈련은 필수적이다. 훈련으로 늘어난 체중은 특히 용상기록의 상승과 직결된다. 그러나 살찌기가 말처럼 쉬운가. 요즘 대표팀 최성룡 감독은 대한역도연맹에서 특별지원금을 받아 매일 저녁때면 그를 인근 생고기집으로 데려간다. 앉은 자리에서 그가 해치우는 분량이 5인분. 저녁식비만 매일 10만원이다. 이 뿐이 아니다. 그는 잠들기 직전 분말로 된 고단백 식품 「프로틴」을 먹는다. 그의 현재 체중은 올림픽때와 같은 1백33㎏. 앞으로 두 달 안에 1백40㎏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복부. 배가 나와서는 단숨에 바벨을 위로 들어올리는 인상에서 기록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일주일에 세차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집중적인 상체 강화훈련을 하고 있다. 김태현의 올해 마지막 목표는 11월 세계선수권대회. 지난 91년 3위를 끝으로 그동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입상을 하지 못했다. 내년 방콕 아시아경기대회를 끝으로 은퇴할 예정인 그는 「체중과의 전쟁」에서 승리, 선수생활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