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활개를 치고 있다. 서울 명동 한복판에서는 단속경찰에게 칼부림을 하고 달아나던 소매치기들이 뒤쫓던 시민을 찔러 숨지게 했다. 대구에서는 대낮 다방에 5인조 강도가 들어 손님들에게서 1천여만원을 빼앗았고 인천의 슈퍼마켓, 대전의 오락실, 충주의 주유소 등에도 강도들이 나타나 금품을 털었다. 불과 사나흘새 전국 대도시에서 이런 강력사건이 잇달아 터졌는데도 경찰수사는 범인들을 쫓는데 역부족인 것 같아 걱정이다. 최근 강도사건은 범인들이 주변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범행을 하는 대담성이 특징이다. 사람들의 통행과 출입이 잦은 한낮이나 퇴근무렵에 현금거래가 많은 업소를 범행장소로 삼았다. 특히 대구의 다방강도는 범인들이 피해자를 점찍어 범행하는 일반적 수법이 아니라 다방 손님이라는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이어서 무차별적으로 강도짓을 한 서부활극시대의 갱단을 연상시킨다. 치안이 이런식으로 구멍 뚫린다면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장소는 아무데도 없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연말연시이자 설날을 불과 한달 앞두고 방범이 취약할 때라는 점을 생각해도 최근의 잇단 강도사건은 보통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경찰의 자세가 그렇다. 시국현안에 많은 인력을 빼앗겨 범죄의 예방과 단속에 미처 손을 못쓴다고 할지 모르나 그것만으로는 변명이 안된다. 수사형사나 보안 방범요원들은 도둑을 잡고 그런 범죄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세상이 시끄럽다고 해서 경찰이 치안범죄의 예방과 단속까지 소홀할 수는 없다. 범죄자들이 경찰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으면 명동거리에서 경찰에게 칼부림을 하고 대낮 도심 다방에서 유유히 손님들의 돈을 빼앗았겠는가. 또 슈퍼마켓이나 주유소를 턴 강도들이 한밤중도 아닌 해질녘을 범행시간으로 잡았겠는가. 한마디로 경찰의 예방활동이 시들하고 범인 검거력도 전같지 않다고 보아 범행수법이 대담해진 것이다. 과잉단속에 대한 사회적 지탄과 경찰본연의 업무 망각과는 다르다는 것을 경찰은 알아야 한다. 이제 설날이 가까워 오면 치기나 절도 강도 등 각종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가뜩이나 뒤숭숭한 세태에 치안마저 무너진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마음놓고 거리를 다니지 못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국민의 안전은 지켜질 수 없게 된다. 경찰은 지금부터라도 시민생활을 위협하는 각종 범죄의 예방과 단속에 총력을 쏟기 바란다. 특별대책반을 편성해서라도 잇단 강도사건의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상벌(賞罰)제도를 강화해 수사 방범요원들을 독려하는 방안도 생각했으면 한다. 치안이 바로 서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