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승객들은 종종 항공기가 지연운항하거나 결항했다고 집단항의나 농성을 벌이며 피해보상을 요구한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에 국제적인 물의가 빚어지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시대를 넘어서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정식으로 가입하는 등 높아지는 위상과 상당한 거리가 있는 실정이다. 겉만 선진국이지 실제로는 후진국의 행동양식을 벗지 못한듯한 여행문화에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같은 집단항의나 농성사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와 동양항공사협회(OAA) 총회에 정식안건으로 상정되는 등 국제 항공업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파문이 번지면서 세계 항공업계가 한국인 여행자에 대해 경계하는 시각마저 갖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 항공업계는 기상이나 항공기 정비로 인한 지연운항이나 결항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놓았다. 실제로 세계 어느 항공사도 이와 관련해 보상을 한 사례가 없다. 외국 여행자들 역시 항공기 정비로 생겨나는 지연이나 결항 등 항공사의 조치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무엇보다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인 승객들만 농성이라는 불법 집단행동을 통해 보상받고자 해 시선을 끌어왔다. 항공기는 항상 최상의 상태로 정비돼 운항에 투입된다. 하지만 수십만개의 부품이 결합돼 움직이므로 때로는 예측불허의 결함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결함을 발견했는데도 상업적 이익만을 위해 운항을 강행하는 항공사는 없다. 승객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국제항공협약이나 조약에도 항공기 정비로 인한 지연이나 결항에 대해 보상한다는 규정은 없다. 우리 나라의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에도 항공기 정비문제는 불가항력으로 간주해 피해보상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다. 당연히 항공기 지연이나 결항은 보상이나 협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물론 법적으로는 면책이지만 많은 항공사들은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숙식 교통 통신편의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설령 지연이나 결항으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보았다 해도 소송을 통해 정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항공기에서 내리기를 거부한다거나 농성과 같은 집단행동을 통해 당장 손해를 보상받으려 해서는 안된다. 이런 집단행동은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다른 승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박 봉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