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C&C]장애인 이재왕씨, 詩쓰며 컴퓨터 강습

입력 | 1997-01-13 20:43:00


「洪錫珉기자」 컴퓨터회사 사장이자 시인(詩人). 남들은 하나도 갖기 힘든 이름을 두개나 가지고 있는 이재왕씨(29).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다른 사람이 갖지 않은 「멍에」 하나를 더 갖고 태어났다. 바로 「근육 디스트로피」. 근육의 힘이 점점 빠져나가 나중엔 거동을 못하는 무서운 병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비슷한 증세다. 이씨는 지난 15년동안 한번도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했다. 화장실에 갈 때도 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몸의 힘은 계속 빠져나갔다. 이젠 목소리마저 가늘어져 간다. 이씨가 컴퓨터를 처음 만난 건 11년전. 어머니를 졸라 당시 최고 수준인 애플Ⅱ 기종을 구입했다.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그의 집에 모여 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컴퓨터였다. 대충 구경이 끝나면 썰물처럼 떠나갔다. 친구를 끌기 위해 그는 늘 새로운 기술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그는 컴퓨터를 물고 늘어졌고 실력을 키웠다. 어릴 적 그를 진찰한 의사는 20세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열아홉 되던 해 그는 지독하게 방황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자살하면 지옥에 간다』는 어머니 말씀을 듣고 이를 악물었다. 20세가 지나도 하늘은 그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 이후 그의 삶은 변했다. 매일 글을 쓰기 시작했고 스물한살이 되던 해에는 예진컴퓨터라는 회사를 차렸다. 그의 방이 사무실이었고 종업원이랬자 어머니 한명뿐인 작은 회사였지만 보람이 넘쳤다. 써둔 글을 모아 지난 93년엔 「기쁨 나눠주고픈 그런 가슴 있기에」(홍성사간)라는 시집을 냈다. 이제는 어떤 컴퓨터도 그의 손을 거치면 새로 태어날 정도가 되었다. 단 한번도 못고친 경우가 없었다. 마치 기적과 같았다. 주문이 이어져 창신동 「사무실」은 고장난 PC가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회사를 그만뒀다. 돈을 받고 거래를 하는 게 마음에 들지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요즘엔 대한생명 노래선교단에 1주일에 한번씩 컴퓨터 강습을 나가고 있다. 가끔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공짜로 컴퓨터를 고쳐주기도 한다. 『내 삶이 얼마 남아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남은 기간 다른 사람을 위해 컴퓨터와 함께 열심히 살아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