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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아테네]『세금적게』지하거래 붐

입력 | 1997-01-13 20:44:00


국가는 외채더미를 안고 있지만 국민들은 부를 구가하고 있는 나라 그리스. 그래서 그리스는 지하경제가 성행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없어졌지만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지원을 위해 거래약속을 입증하는 신용장 사본을 붙여야 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무역관 소개로 한국업체와 거래하는 그리스 업체를 방문해 사장에게 직접 신용장 사본을 요구했었다. 보내겠다고 하고선 끝내 보내주지 않은 경우를 이전에 몇번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에게 신용장 사본을 요구하는 것은 그리스 비즈니스계의 속성을 전혀 모르는 행동이었다. 세금을 안내거나 덜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만큼 「비즈니스 관계의 서류는 철저하게 노출하지 않는 것」이 그들 기업운영의 철칙이었다. 그리스 재무부 차관은 정부가 거둬들여야 할 세금 중 안 걷힌 세금이 그리스 국내 총생산의 약 10% 수준인 2.2조 드라크마(약 7.7조원)나 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다.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승리한 사회당 스미티스 행정부는 요즘 어떻게 하면 탈루 세금을 모두 거둬 들일 것인지에 국력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95년부터 미국에서 세금부과와 징수에 대한 자문을 받아오다 지난 8월부터는 미국의 국세청에 용역을 줘 조세제도의 개혁을 시도중이다. 그런데 미국 국세청에 지불하기로 한 용역비가 자그마치 14억5천만원으로 국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하기야 징수되지 않고 있는 7.7조원을 생각하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행정이 전산화되지 않고 수작업이 계속되는 한 현 행정제도에 미국의 자동화된 컴퓨터 시스템의 조세징수 조사제도를 접목시키는 일이 과연 조화를 이룰지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다. 김 재 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