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에는 약 70명의 인간이 냉동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현대의학 수준으로 고칠 수 없는 질병을 가진 환자들을 장래 의학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상태로 보존했다가 치료해 회생시키자는 것이 인간냉동학의 목적이다. 이 취지에 따라 세계 최초로 인간을 냉동하기 시작한 지 13일로 꼭 30년이 지났다. 지난 67년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인간냉동협회라는 단체는 신장암으로 사망직전에 있던 대학교수(심리학) 베드포드를 본인의 요구에 따라 인류사상 처음으로 냉동인간으로 만들었다. 이날 의료진들은 당시 의학기술의 발달속도를 감안할 때 30년후인 97년에는 해결방법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발표까지 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의학기술은 여전히 냉동상태의 인간을 소생시키고 그가 갖고 있던 질병을 완전히 치료해 내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오히려 요즘 의학자들은 그런 기술이 개발될 경우 나타날 많은 사회적 부작용을 우려해 30년전보다 이에 대한 연구에 소극적이다. 13일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냉동인간 상태의 부모를 「모시느라고」 30년간 온갖 고생을 하며 전재산을 날린 최초의 냉동인간 베드포드교수 후손의 얘기를 다뤘다. 이 기사에 따르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베드포드교수의 냉동시신을 연구비에서 부담해 주던 기관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가면서 그는 구박덩어리가 됐다. 영하 1백96도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액체질소의 공급이 지속적으로 필요해 유지비가 많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2,3년에 한번씩 이삿짐 운반차량(유 헐)을 빌려 냉동된 부친을 싣고 연구기관을 전전하며 구걸을 하던 그의 가족들은 한때 매장을 검토하기도 했다. 가족이 갖고 있던 재산을 모두 이 작업에 날린데다 이제 베드포드 교수의 아들이 냉동당시 아버지의 나이와 같은 73세나 돼 더 이상 관리능력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지역에 지진이 자주 발생하면서 연방정부는 지난 94년 미국에 있는 34구의 냉동인간을 모두 지진이 없는 애리조나주 스커스데일로 옮겨 보관토록 조치했다. 그 덕분에 요즘 베드포드교수의 냉동시신은 현대식으로 잘 지어진 한 연구소건물 로비에 자랑스럽게 보존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회생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뉴욕〓李圭敏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