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로운 살인」은 허용해도 좋은가. 정초부터 미국에서 안락사의 합헌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지난 8일 연방대법원이 「불치병 환자의 자살을 의사가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첫공판을 연 후 언론은 매일 이 문제를 심층보도했고 대법원 앞에는 시위대가 몰려와 찬반의견을 구호로 외쳤다. 소극적 치료중단이 아니라 의사가 적극적으로 생명단축 시술을 해도 괜찮으냐는 이 논쟁에 대해서는 7월 최종판결이 나온다. ▼안락사 찬성론자들은 「인간에겐 품위를 지키며 죽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싸우다 추한 모습으로 죽느니 편안하고 깨끗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90년부터 40여명의 환자에게 죽음을 시술한 미시간주의 병리학의사 잭 케보키언은 『인간답게 죽겠다는 환자의 뜻을 존중하는 것은 의사의 신성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73%가 이같은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어떤 경우에도 인위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끊는 것은 죄악이라고 못박는다. 신이 준 목숨을 인간이 끊을 수 없다는 종교적 이유다. 일부 현실론자들은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보다 과다한 치료비 부담을 우려한 타살이 크게 늘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병원이나 보험회사 등이 「안락사 명목의 살인」을 유도, 충분히 회생가능한 환자도 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문제를 법이나 논리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안락사의 찬성론자나 반대론자 모두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내세우는 점만 봐도 그렇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식물인간 상태로 목숨을 이어가는 환자가 7천명에 이르고 불치병으로 죽을 날만 기다리며 고통받는 사람은 그 몇배나 된다고 한다. 인간존엄의 차원에서 우리는 안락사 문제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