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琴東根 기자」 「사랑하는 여인이 나로 인해 저토록 고통을 받는데 따뜻한 말로 위로 한번 해주지도 못하고…」. KBS1 아침드라마 「하얀 민들레」(오전8.10)의 주인공 진우. 그의 최근 표정이나 몸짓에는 이런 자책이 담겨 있는 듯하다. 진우가 「말」을 못하는 이유는 다름아니라 청각장애인이기 때문. 집안의 결혼반대에 부닥쳐 고통을 겪는 상대역 하영에게 수화로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기는 하지만 늘 한계가 있다. 잔잔한 표정연기로 진우역을 깔끔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탤런트 김광필(21).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때면 장애인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음을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이 들기도 합니다』 대본을 받아들면 김광필이 제일 먼저 하는 것은 수화 선생님을 찾아가는 일. 그렇게 몇 달동안 열심히 배운 결과 이제는 청각장애인들과 웬만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가끔씩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어 말을 잘하네」라며 놀라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의 연기가 그만큼 실감난다는 증거다. 수화연기로 인한 에피소드도 많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이 그의 말(수화)이 언제 끝나는지 몰라 자주 NG를 낸다. 한번은 진우가 누군가와 싸우는 장면에서 『이 자식이』라는 말이 입밖으로 튀어나오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광필은 『수화를 배워야 하고 다양한 표정 연기를 익혀야 하고…. 남들보다 몇배나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어려운 역이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한다. 진우역은 지난해 KBS연기대상에서 그에게 신인상과 포토제닉상을 안겨준 행운의 배역이기도하기에더욱그렇다. 김광필의 실제 성격은 씩씩하고 솔직한 편. 지난해 서울예전 방송연예과에 입학한 김광필은 드라마 CF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는 바람에 대부분 학점을 펑크냈다. 하지만 그는 신세대답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고 당당하게 「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