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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컴 애물컴]『신기술이 더 불편하다』

입력 | 1997-01-15 20:18:00


「金鍾來기자」 눈부신 컴퓨터 세상.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정보통신의 세계에서는 이미 빛바랜 얘기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과 새로 등장하는 제품을 보면 숨이 차오를 정도다. 대학원생 H씨는 지난 해 노트북PC를 구입했다. L사가 개발한 이 제품에는 최신 「무선 트랙볼」(노트북PC용 마우스)이 들어가 단번에 H씨의 눈길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정작 이 제품을 사용해보니까 무선 트랙볼이란 게 오히려 방해가 되었다. 컴퓨터 작업을 하면 할수록 무선 트랙볼이 잘 빠지거나 종종 움직임이 매끄럽지 않은 현상이 나타났다. 게다가 무선으로 쓸 때 불과 30㎝만 떨어져도 마우스 포인터(화살표)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H씨는 『최신 기술로 개발된 트랙볼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아무 쓸모가 없고 불편만 더한다』고 말했다. L사는 현재 무선 트랙볼 생산을 중단했다. 무선 트랙볼이란 신기술이 결국 1년만에 사라져버렸다. 첨단기술이 사람을 더 불편하게만 만든 셈이다. 1∼2년 전에 업체마다 신제품 경쟁을 벌이던 CD―i(대화형CD) 플레이어도 같은 사례. 이제는 누구도 생산하지 않고 쓸모도 없다. 한 주부는 최근 아들이 컴퓨터 앞에서 야단스럽게 소리를 친다는 불평을 털어놨다. 아들이 최신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컴퓨터에 설치했기 때문. 이 컴퓨터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명령」을 말로 해야 한다. 아직까지 음성명령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아 또렷하고 큰 소리로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그토록 목소리를 높여가며 명령한다는 것이다. 음성인식 명령시스템이 앞으로 발전함에 따라 컴퓨터 앞에서 혼자 떠들어대는 사람을 흔하게 볼지도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개념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가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TV 휴대용PC에 옷처럼 입는 컴퓨터, 손목시계처럼 차는 컴퓨터 등 쉴새없이 온갖 종류의 첨단 제품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것 모두가 사람에게 편리함과 발전을 가져다 준다고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우리 주위에 있는 신기술 중에 5년 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