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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72)

입력 | 1997-01-15 20:19:00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 〈62〉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저는 당신이 서두르는 것이 걱정됩니다. 무얼 위해서 그렇게 서두르는지를 저에게 말씀해 주시고 저의 현명한 조언을 받아들인다면 좋을 텐데. 당신의 선친께서도, 조부께서도 제 조언을 듣지 않고는 정말이지 아무 일도 하시지 않았답니다」 이발사가 이렇게 말하자 나는 아무래도 이 이발사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렇게 둘러댔습니다. 「내가 서두르는 건 말야, 친구집 모임에 나가기 위해서야. 그러니 쓸데없는 소리를 그만두고 빨리 머리나 깎아줘」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기도시간도 가까워졌고 사람들이 사원에서 돌아오기 전에 그 처녀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했습니다. 늦어지면 그 처녀와 다시 만나는 것이 영영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내 말을 들은 이발사는 자신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치며 말했습니다. 「아하! 그러고보니 정말이지 오늘은 재수없는 날이로구먼! 어제 저는 친구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음식 차리는 것을 그만 깜박 잊고 있었지 뭡니까. 지금에서야 그 일이 생각나다니. 나리께서 친구 집 모임에 가신다는 말씀을 듣고서야 말입니다. 아! 이제 내 체면은 땅에 떨어지고 말았구나!」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방금 말했듯이 오늘 나는 연회에 초대를 받았어. 그러니까 우리 집에 있는 건 음식이든 술이든 모두 당신한테 주지. 아무 걱정말고 빨리 머리나 깎아줘」 내가 이렇게 말하자 이발사는 몹시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오, 자비로우시기도 해라! 알라의 보답이 있으시기를! 댁에 있는 요리의 이름을 하나씩 가르쳐 주십시오. 잘 외워둬야 할 테니까요」 그러나 나의 집에 무슨 요리가 얼마나 있는가 하는 걸 내가 알 턱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했습니다. 「고기요리 다섯 접시, 가슴을 붉게 물들인 닭고기 열 마리, 구운 양새끼 한 마리…」 그러자 이발사는 말했습니다. 「그럼 그 요리들을 미리 보아둘 테니 제 앞에 벌여 놓아 주십시오」 그러자 나는 하인들을 불러, 사든지, 빌든지, 훔치든지, 어떻게 해서든 그 요리들을 갖추어 가져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하인들은 내가 말한 대로 요리들을 갖추어와 이발사 앞에 늘어 놓았습니다. 그것들을 둘러보고난 이발사는 외쳤습니다. 「술이 모자라는군」 그래서 나는 다시 하인들에게 소리쳤습니다. 「오래된 최상급 포도주가 두 병 있어. 그걸 당장 내다줘」 그러자 이발사는 다시 말했습니다. 「당신의 너그러운 인품을 알라께서 축복해주시기를 빕니다. 그런데 아직 모자라는 것이 있습니다. 향수와 향료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하인을 시켜 제일 좋은 혼합 향료인 나드와 노회와 용연향과 순수한 사향이 든 상자를 내오게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