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桓壽 기자」 비싼 달러를 주고 외국인 용병을 수입만 해오던 일본 프로야구가 1백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로부터 역 스카우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입단 2년만에 「투수왕국」 LA다저스의 에이스로 우뚝 선 노모 히데오의 「아메리칸 드림」이 일본 투수들의 미국행을 봇물처럼 열어젖힌 때문이다. 꽈배기 투구폼에서 나오는 폭포수같은 포크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노모는 입단 첫 해인 95년 올스타전 선발과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따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2년간 27승11패의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일본으로선 지난 64,65년 무라카미 마사노리란 투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유일하게 활동한 데 이어 30여년만에 쾌거를 이룬 셈이다. 이에 따라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제 더 이상 동양인 선수를 팀의 마스코트 정도로 여기지 않는다. 이들은 전력보강이라는 절박한 명제를 안고 돈보따리를 싸든 채 일본 투수들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지바 롯데 마린스의 이라부 히데키(27)는 대표적인 경우. 월드시리즈 우승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할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현재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협상 테이블을 마주하고 있다. 계약금은 지난해 2백50만달러(약 21억원)를 받았던 쿠바출신 리반 헤르난데스(플로리다 말린스)의 최고기록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최고 시속 1백60㎞의 강속구로 2년 연속 퍼시픽리그 방어율왕에 오른 그는 지난해 12승6패 방어율 2.40의 성적에 1백57이닝 동안 삼진 1백67개를 잡아냈다. 이라부가 샌디에이고로 발길을 돌리자 지난해 시즌중 세이부 라이온스로부터 1백50만달러에 영입한 마에다 가즈히로와 함께 일본 투수의 「투톱 시스템」을 구상했던 양키스는 망연자실한 상태. 샌디에이고는 지바 롯데와 선수교환에 관한 협약을 맺고 앞으로 두세명의 유망주를 산하 마이너리그팀에 더 데려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에이스 하세가와 시게요시는 LA다저스와 오클랜드 어슬렉티스로부터 스카우트 경쟁에 휘말렸으나 지난 11일 캘리포니아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 한편 일본 기업이 지분을 갖고 있는 시애틀 마리너스는 지난해 나카야마 마사유키를 데려온데 이어 스즈키 마사키도 영입할 예정으로 일본 투수의 미국행 전초기지를 자처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