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건망증이 심하면 늙어서 치매가 될 가능성이 높을까. 의학적 결론은 「아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대 徐維憲(서유헌·약리학)교수는 『건망증과 치매는 뇌에서 작용하는 과정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뇌의 신경회로가 다른 사람보다 좋지 않다. 그 때문에 어떤 정보를 뇌속에 「입력 저장 회상」하는 과정이 흐릿하게 진행된다. 남들보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치매는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뇌의 신경조직이 손상되는 병이다. 우리 뇌속에는 태어날 때부터 수천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한다. 신경세포는 더 만들어지지 않고 20세를 넘기면 하루 5만개 이상씩 파괴된다. 정상인은 늙어 죽을 때까지 부족하지 않지만 치매 환자는 이 신경세포가 대부분 망가져 기억이나 판단에 장애가 생긴다. 건망증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앞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 내용도 사소한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사실은 잘 기억한다. 그러나 치매 환자는 과거의 중요한 일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옆에서 말해주더라도 기억을 되살리지 못한다. 기억 뿐 아니라 인식이나 판단능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자칫 치매의 초기증상을 건망증으로 잘못 이해하는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40,50대 이후 갑자기 기억력이 빠른 속도로 감퇴하거나 인식능력까지 떨어지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망증을 극복하려면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지 말고 한가지씩 집중해야 한다. 계획이나 약속은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른다. 또 뇌를 혹사했을 때는 휴식을 취한다. 일이 없어 한가할 때는 뇌에 적당한 자극을 주기 위해 독서나 바둑 오락을 즐기는 게 좋다. 술은 알코올이 뇌세포의 파괴를 촉진하므로 줄이거나 끊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