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기자」 경기불황의 여파로 방송광고 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난해초 99%를 웃돌았던 공중파 방송의 광고판매율은 하반기들어 80%대로 뚝 떨어졌다. 20일로 창사 16주년을 맞은 한국방송광고공사(사장 서병호)는 방송광고계 사정이 어려운 점을 감안, 이날 기념식을 외부인사 초청이나 축하 리셉션없이 조촐하게 치르기로 했다. 방송사별로 할당된 광고물량도 채우지 못하는 처지에 떠들썩한 기념행사를 갖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방송광고량은 통상 편성시간의 10%로 정해져 있다. 방송광고 시장의 위축조짐은 지난해 7월 광고판매율이 93%로 떨어지면서 엿보이기 시작했다. 8월에 88%를 기록한 판매율은 △9월 86% △10월 84% △11월 82%로 가파른 하강곡선을 그렸다. 최근에는 밤8∼10시의 황금시간대조차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 올 1월의 광고판매율은 80년대 이후 처음으로 70%대에 머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불황이 오래 지속된데다 케이블TV 지역민방의 출범으로 방송광고 물량 자체가 분산된 탓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방송광고 시장은 적정수준에 비해 과도하게 팽창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며 일종의 「거품벗기」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방송광고공사측은 이같은 변화가 공사 위상의 재정립으로 연결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분위기다. 5공초인 지난 81년 설립된 공사는 각 방송사의 광고영업권을 일방적으로 회수해 출범한 한계 때문에 「정통성」 시비에 휘말려 왔다. 그러나 90년대들어 「방송전파의 공공성」 개념이 확산되면서 공사 존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였다. 공사 관계자는 『정통성 논란에서 벗어난 대신 이제는 방송사측이 납득할 만한 광고유치 실적을 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방송광고가 밀려들던 호시절에는 광고주의 불만이 없도록 시간대를 안배하는 일에만 신경썼는데 요즘은 영업직원들이 「자투리 광고」라도 확보하기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는 것. 방송광고공사는 지난해말부터 일선 영업조직의 보강 및 개편에 착수, 핵심인력을 「본업」인 광고유치쪽으로 돌리고 있다. 서병호사장은 『공사의 당면과제는 매체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비해 광고산업 과학화의 기틀을 다지는 것』이라며 △광고 전문인력 양성 △TV 시청률조사 지원 △TV 광고료 체계개선 등을 순차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