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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슈퍼리그]세터-센터 상대작전 훔치기 「신경전」

입력 | 1997-01-19 19:43:00


「李賢斗기자」 삼성화재와 현대자동차써비스의 라이벌전이 벌어진 지난 12일 대구실내체육관. 경기가 열기를 한창 더해가고 있는 도중 현대자동차써비스의 세터 김성현이 네트 반대편에 서있던 삼성화재의 센터 신정섭에게 넌지시 말을 던진다. 잠시후에는 반대로 신정섭이 현대자동차써비스 공격수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동료들에게 소리친다. 관중들의 의아심을 자아내는 이들의 행동은 배구경기에서 이미 일반화된 세터와 센터간의 네트를 사이에 둔 치열한 심리전이다. 배구에서 세터의 최대임무는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토스를 하는 것. 반면 센터는 상대 세터의 작전을 간파,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것이 주임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경기내내 치열한 머리싸움과 함께 심리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 세터가 쓰는 심리전은 상대 센터들에게 선심을 쓰듯 사용할 작전을 미리 가르쳐 주는 것. 이중에는 가짜가 대부분이나 진짜도 꽤 있어 상대 센터들이 종잡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세터가 상대 센터들에게 이번에는 A퀵 공격을 시도할테니 블로킹으로 잡으라고 말하고는 역으로 C퀵을 시도하거나 진짜 A퀵 공격을 시도함으로써 상대 센터들의 넋을 빼놓는다. 이러한 심리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사한 대표적인 세터가 70년대 세계 최고의 세터로 군림하던 김호철과 최근까지 「컴퓨터 세터」로 불렸던 신영철. 그렇다고 센터들이 세터의 심리전에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노련한 센터들은 오히려 역심리전으로 상대 세터들을 위축시킨다. 센터들이 흔히 쓰는 심리전은 손가락으로 상대팀의 특정 공격수를 가리키며 상대팀 세터가 들을 정도의 큰 소리로 이번에는 저 선수가 공격할 것이라고 외치는 것. 지적당한 공격수가 애초 자신이 의도하던 작전의 공격수와 일치할 경우 세터는 순간 당황하게 돼 작전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때 상대팀 센터들은 자신들이 지적한 상대 공격수는 무시한채 다른 공격수앞에서 미리 블로킹벽을 쌓고 있다. 세터와 센터간의 심리전이 치열해질수록 센터들은 상대 세터의 작전을 훔쳐보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한다. 경기중 센터가 고개를 쭉 내밀고 네트 너머 상대 세터의 등뒤를 보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를 위한 몸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