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潤鐘 기자」 올해 85세를 맞은 지휘계의 거장 게오르그 솔티경(卿)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놀랄만큼 건강하고 정력적인 모습이었다. 런던 북서부 교외 엘스 워시 로드에 위치한 저택에서 기자를 맞은 솔티는 『열심히 일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며 얼굴 가득히 웃음을 지었다. 그는 올해 영국 데카레코드사와의 계약 50주년을 맞아 베를린 필을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빈필을 지휘한 엘가의 「수수께끼 모음곡」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녹음할 예정이다. ―반세기동안 한 레코드사와 계약을 유지하는 것은 드문 일인데….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팬들이 아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수많은 음반을 내놓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음반을 꼽는다면….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여러번 녹음했지만 이 곡의 음반들을 들을 때 가장 자랑스럽다. 「니벨룽겐의 반지」 전곡도 역사적 의의가 있다』 ―비평가들은 50,60년대의 엄정하고 건축적인 면에서 「노래」를 강조하는 쪽으로 당신의 스타일이 변화했다고 말하는데 본인의 의견은…. 『나이에 따라 변화한 것은 없다. 단지 모차르트를 연주할 때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연주할 때 해석의 스타일을 달리할 뿐이다』 ―지휘자가 갖추어야 할 미덕을 꼽는다면…. 『먼저 상상력을 펼치고 그 상상한 바를 오케스트라에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이 직업은 재능과 근면함이 함께 따라주어야 성공할 수 있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원전연주에 대한 입장은…. 『여러 음악가들이 다양한 경향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음악적 표현력이 풍부해진 지금 왜 음향의 가능성이 훨씬 적었던 옛시대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21세기에도 고전음악의 중요성은 유지되리라고 보는가. 『이 세계에는 해결되지 않은 수많은 문제가 상존한다. 그러나 인류는 항상 이상을 향해 전진해 왔고 실제로 진보가 이루어져 왔다. 그 이상의 많은 부분을 고전음악이 제시하고 있다. 인류에게 이상과 문제가 함께 있는 한 음악은 영원하다』 게오르그 솔티경은 1912년10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났으며 부다페스트 음악원에서 코다이와 바르토크에게 작곡과 지휘, 피아노를 배웠다. 61년 영국 코벤트가든 오페라극장의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그는 이 극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71년 영국정부로부터 경(Sir)작위를 받았다. 솔티는 71년부터 91년까지 20년간 미국 시카고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재임하며 활달하고 강건한 「시카고 사운드」를 구축했다. 그는 현재 세계의 주요 관현악단을 객원지휘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