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恩玲 기자」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한 여성작가들이 공동창작집 「비오는 날 국수를 먹는 모임」을 냈다. 문이당 간. 저자들은 송우혜(80년 당선) 김지수(87년) 한정희(89년) 박혜근(92년) 윤명제(94년) 은희경 전경린씨(95년) 등 7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이 생긴 이래 이 관문을 통과한 7명의 「여성동문」들. 95년 봄 『매년 공동창작집을 내자』고 약속한 뒤 두번째 선보이는 작품집이다. 『신춘문예 당선은 출발점일 뿐 작가로서의 생명력은 그 이후 얼마나 탄탄히 활동해 나가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여성으로서 어렵게 중편이라는 관문을 뚫은 사람들이니까 서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돕자는 뜻으로 모임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모임을 제안했던 김지수씨의 설명이다. 「비오는 날 국수를 먹는 모임」에 수록된 중단편은 모두 미발표창작들이다. 7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창작집발간과 장편소설집필 계간지기고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도 『매년 서로의 현주소를 확인하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부지런히 작업한 결과물이다. 나이와 개성이 각기 다른 7명 작가의 작품은 무지개처럼 뚜렷이 다른 빛을 그리지만 저마다 「삶에서 진정 가치있는 일로 추구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아픔이나 슬픔도 거두어들이기에 따라 힘이 된다」는 넉넉한 깨달음을 담고 있다. 병자호란기를 그린 역사소설 「하얀새」 「윤동주평전」 등 선 굵은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송우혜씨는 수록작 「흰개가 짖을 때」에서 가족사를 드러내 보이며 자신이 왜 선조들이 겪은 고난의 역사에 집착하게 됐는가를 고백했다. 미국에 체류하는 박혜근씨는 「우리에겐 평범했던 어느 하루」에서 갱의 총에 어이없이 외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통해 복병처럼 다가온 운명의 잔혹성과 그 극복의지를 그렸고 윤명제씨의 「새털구름 위 혹은 아래」는 자기성취를 위해 남편과 아이를 버려야했던 유명작가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때문에 고독한 삶을 살았던 중년기 딸의 뒤늦은 화해를 담았다. 표제작인 김지수씨의 「비오는 날 국수를 먹는 모임」은 유년기의 성폭행 짝사랑 남편의 외도 자살기도 등의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인생의 간이역같은 한 바느질작업실에서 만나 서로의 상처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이야기가 줄거리다. 95년 공동당선한 뒤 빠른 속도로 「인기작가」로 성장한 은희경씨와 전경린씨는 경쾌한 터치로 30대 도시여성의 내면풍경을 그린 「인 마이 라이프」와 가난하고 억압됐던 60년대를 어린 아이의 입을 통해 잔잔한 수채화처럼 묘사한 「첫번째 크리스마스」로 서로의 개성차이를 강하게 드러냈다. 두번째 공동창작집을 받아쥔 7명의 여성작가들은 『때마침 97년 중편소설당선자 박자경씨를 새 여성동문으로 영입하게 돼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