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 기자」 웃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전유성 서세원 등 중견 코미디언들에게 물어보면 『상식을 뛰어넘되 상식적으로 납득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인 셈이다. 그렇다면 MBC의 간판 오락물 「일요일 일요일 밤에」는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 프로다. 여기서는 1시간의 대부분을 톱스타의 우스꽝스런 동작이나 비상식적인 아이템으로 눈길을 끌려하기 때문이다. 첫코너 「확률 대도전」은 톱스타들의 몸짓으로만 웃음을 강요한다. 이날 출연한 그룹 「H.O.T」는 가수가 아니라 광대였다. 이들은 노래 대신 줄을 타거나 벽을 뚫고 지나가며 여러번 넘어져야 했다. 두번째 코너 「뮤직시네마―김태욱의 헤븐」은 통념에 어긋나는 줄거리 탓으로 웃음이 나올지 의문. 드라마 「사랑한다면」의 주인공 박신양이 실연한 끝에 자살을 시도하나 사고로 잇따라 실패한다. 여기서 연출진은 「사고」의 우연성에 웃음의 조건을 넣어놨지만 억지에 가깝다. 목을 매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리려다 담배꽁초를 버렸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끌려가 자살에 실패하는 것은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또 요리사 주업림씨와 개그맨 임하룡이 요리 대결을 벌이는 「요리천하」에서도 뻔한 승부에 대해 조리전문가가 점수를 매기는 게 우스꽝스럽다. 웃음의 수단을 고려할 때 시청자들의 수준도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밖에 「해뜨는 집」코너도 지루한 구성으로 억지 웃음을 강요하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이경규가 간다」코너는 세태를 고발하는 가운데 자연스런 웃음을 유발한다. 이날 이경규가 시대의 양심을 찾는다며 고발한 교통법규 위반실태는 우리의 추한 자화상. 많은 운전자들은 화면에 나오는 위반차량을 보고 「혹시 내가」라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