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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정보통신업계,올 연봉제 돌풍 예고

입력 | 1997-01-20 20:13:00


「金昇煥 기자」 정보통신 관련업계에 연봉제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가 생긴지 얼마 안되고 직원들의 평균 연령도 낮은 정보통신 업체이기에 「연봉제」는 더욱 관심을 끈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와 중소 멀티미디어 전문업체는 대부분 연봉제를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한국적 정서를 감안해 연봉의 상 하한폭을 두거나 근무연수를 참작하기도 하지만 역시 기본은 연봉제다. 올해부터는 여기에다 「스톡 옵션제」 「개발 성과금 지급」 등 다양한 인센티브제도가 곁들여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월부터 이듬해 1월은 연봉제를 실시하는 기업에서 본격적인 「스토브 리그」가 진행되는 시기. 프로야구 선수들이 연봉협상을 하듯 개인과 기업이 한해 성과를 놓고 연봉협상 줄다리기를 펼친다. 한글과컴퓨터 한메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현재 한창 연봉협상을 벌이고 있다. 메디슨 두인전자 가산전자 등은 부분적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대기업인 시스템통합(SI)업체들도 연봉제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유통회사인 전자랜드는 전국 직영 대리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한햇동안 대리점의 성과를 평가해 직원들의 봉급을 결정한다. 앞서간 대리점은 평균보다 20% 정도 높은 임금을 받지만 뒤처진 대리점의 직원은 월급이 깎이기도 한다. 올해 연봉협상이 마무리되면 국내 중소기업에서 처음으로 「1억원짜리 연봉 직원」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부분 중요한 수석 프로그래머의 연봉이 7천만∼8천만원선에 결정되고 있어 직원에게 주식을 싼 값으로 나눠주는 스톡옵션제까지 붙이면 1억원을 넘기는 스타급 직원이 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신세대 직장인은 연봉제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 전 문 업 체 ▼=============== 「金鍾來 기자」 「능력은 곧 돈이다」. 소프트웨어 전자 등 중소 벤처업체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인 위주의 연봉제를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글과컴퓨터는 전 임직원에게 연봉제를 적용해왔다. 매년 12월이 되면 연공서열이나 직급과는 상관없이 개인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다음 해 연봉액이 정해진다. 사원은 부서 담당 이사와의 개인 면담을 통해 결정되고 이사는 사장을 만나 담판짓는다. 연봉제의 「철저한 비밀 유지」 원칙에 따라 개인이 받는 임금 수준은 부서 동료간에도 알 수가 없다. 거기에 올해부터 시행되는 스톡옵션제마저 연봉제를 넓히는 의미가 있다. 지난 해 대농그룹에 인수된 한메소프트는 「발빠른 경영」을 위해 연봉제를 올해 처음 도입했다. 사원은 임원을, 임원은 사원을 평가하는 독특한 방식에다 개인별 업무 성과와 인사고과를 바탕으로 연봉을 책정한다. 물론 개인 면담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최고 연봉수령자는 이창원대표이사. 그러나 연봉액은 「대외비」라고 잘라 말한다. 최고 연봉 상승자는 이규영 인터넷사업본부 주임연구원.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인트라넷 기술력 확보에 따른 업적으로 40%가량 연봉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전자기기업체로 유명한 메디슨은 대리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다. 능력에 따라 동일 직급에서 연봉이 최대 20% 가량 차이가 난다. ==============▼ S I 업 체 ▼=============== 「洪錫珉 기자」 시스템통합(SI)업체의 경우 대부분 그룹사의 급여 기준을 파격적으로 벗어나는 전면적인 연봉제는 드물다. 하지만 창의력을 중시하는 정보통신업체의 특성상 부분적인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거나 도입을 검토중이다. LG―EDS시스템의 경우 급여체계가 이원화돼 있다. 매년 4월1일 정해진 임금 상승률만큼 봉급이 일제히 오른다. 여기에 매년 자신이 입사한 날을 전후해 자신이 작성한 자기평가서를 바탕으로 관리자와 협상을 벌인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합산된 금액이 그룹내 다른 계열사의 인상 수준을 넘지 못하는게 보통이다. 삼성데이타시스템(SDS)은 지난 94년부터 「한국형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다. 차별보상 원칙을 살리면서 한국적 정서를 감안해 직급이나 승급의 개념도 유지한다. 대상은 과장급 이상 임직원으로 전체의 약 5분의 1정도. 협상 과정은 순식간이다. 같은 분과에 있는 여러명이 한자리에 모여 자기 앞에 놓인 평가서를 보고 차례로 가부(可否)의 의사 표시를 하는 걸로 끝난다. 현대정보기술(HIT) 코오롱정보통신 등 다른 업체도 올해나 내년중 부분적인 연봉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외국업체는 ▼================= 「鄭永泰 기자」 연봉제가 오랜 관행인 외국계 정보통신업체들은 늘 해왔던 연례행사이나 아직 본격적인 연봉협상 시기가 아니어서인지 비교적 차분한 상태. 이례적인 경우가 한국 IBM과 한국 유니시스 두 회사. 비교적 국내에 일찍 진출한 이 두 회사는 오히려 한국적인 임금체계를 갖추고 있다. 한국IBM은 이사급 이상만 연봉제이고 부장이하 사원들은 영업실적이 뛰어난 경우에 한해 인센티브를 준다. 한번 입사하면 지위를 보장하기 때문에 연봉개념은 희박한 편. 한국 유니시스는 매년 입사한 달에 담당 부서장과 계약을 한다. 대부분 20%선 이내에서 인상률이 정해진다. 40%이상 연봉이 올라가는 파격적인 경우도 있지만 특이한 점은 담당부서장이 인상률을 정해준 다음 당사자가 사인하는 다소 일방적인 협상관행. =============▼ 관 리 자 입 장 ▼============== 「金昇煥 기자」 『연봉제 협상에서 눈치보는 사람은 관리자쪽입니다』 1월 중순부터 부하직원과 연봉협상을 벌이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체의 P상무(47)는 연봉협상 테이블에서 신세대가 보여주는 모습에 「기대반 우려반」의 느낌이 늘 엇갈린다. 지난 한햇동안 한 일에 대해 설명하며 그에 걸맞은 봉급을 요구하는 젊은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때보다 참 당당해졌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때로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회사나 동료는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길 때는 서운함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는 요즘 어려운 회사 형편과 경제 전망을 얘기하며 직원들에게 「조금만 참아달라」 설득하느라 입안이 바싹바싹 마른다. 신세대 직원들은 객관적으로 수치화된 자료를 내놓고 회사경영 실적 성과를 연봉에 반영해줄 것을 요구한다. 또 뜻한대로 되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로 옮기겠다고 거침없이 얘기한다. 연봉제는 회사와 직원간에 모든 자료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때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려진 부분이 있으면 연봉 협상은 난항을 겪게 마련이다. 『연봉제는 신세대의 감각이나 가치관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연봉제의 장점을 제대로 살린다면 중소 전문기업이 좋은 인력을 받아들이고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이달말까지 직원들과 연봉협상을 끝마칠 예정인 P상무는 자신의 연봉은 사장이 얘기한대로 받아들일 작정이다. ==============▼ 사 원 입 장 ▼=============== 「金鍾來 기자」 『회사 다니는 재미를 연봉제에서 느낍니다』 H사에서 5년간 근무해온 K씨(29)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일 년 농사를 지은 뒤에 수확하는 농부처럼 매년 연봉을 결정하는 면담에 나설 때마다 기대감과 두려움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그는 『무엇보다 혼신을 다해 일한 결과가 제대로 평가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고백한다. 한 해 잘했다고 다음 해까지 잘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는 출근 전이나 퇴근 후의 시간 활용에 늘 관심이 많다. 외국어 학원에도 다니고 회사일과 관련된 서적을 구해 공부한다. 실력이 바탕되지 않은 연봉제는 「고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팀워크」입니다. 연봉제를 잘못 이해하면 「나만 잘 하면 된다」는 독불장군식 사고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인정받으려면 팀원과 선후배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우선입니다』 K씨의 회사가 부서장이나 팀 동료의 평가를 연봉 책정 요인에 포함하는 것은 이미 연봉제를 도입한 많은 회사들의 추세다. 그는 『월급 체제에서는 아무리 일을 잘한다 하더라도 그 보상이 돌아오기 힘들다』며 『매일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나를 베팅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