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東哲 기자」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그동안 줄곧 「불필요」 또는 「불가(不可)」 방침을 밝혀왔던 여야영수회담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한마디로 현 시국에 대한 인식전환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영수회담 수용배경과 관련, 『현재의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경우 국정 최대현안인 경제살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그 동기야 어떻든 김대통령이 지금까지 야권을 비롯, 사회각계에서 난국(難局)타개의 처방으로 거론해온 영수회담을 수용키로 함으로써 지난해말 노동관계법의 날치기처리 이후 악화일로를 치닫던 정국상황은 일단 「변전(變轉)」의 계기를 맞게 됐다. 물론 21일의 영수회담에서 여야가 극도로 불안정한 현재의 정치 경제적 상황을 진정시킬만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담에 앞서 야권은 기존의 입장, 즉 「실익(實益)」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만을 밝히고 나선 반면, 여권은 「대화」 자체에 비중을 두는 태도를 보이는 등 쉽게 접합점을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의 영수회담에서 모든 현안이 말끔하게 해결되지는 못하더라도 최근의 여론동향을 감안할 때 「기존입장고수」와 「장외투쟁불사」의 양극으로 엇갈려 단절됐던 여야의 「대화정치」는 일단 복원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형태는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노동관계법 및 안기부법 등 쟁점현안들에 대한 정치적 절충점을 「재론(再論)」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이번 영수회담이 장외로 확산됐던 정치쟁점들을 국회라는 「장(場)」으로 끌어들이는 성과를 거두게 될 경우 노동계의 파업사태도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 파업이 민노총의 파업유보로 소강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여야가 노동법 재개정문제를 국회에서 논의할 경우 노동계로서도 우선은 관망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국 전반에 미칠 영향과는 별도로 이번 「노동법 파문」이 여권내부에 가져올 몇가지 변화요인도 주목할만하다. 영수회담 문제를 둘러싸고 「불가」에서 「수용」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김대통령으로선 이른바 신한국당내 대선주자들에 대해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청와대내의 지배적 기류다. 김대통령으로 하여금 결과적으로 정국운영의 한계를 드러내게 한 청와대와 당의 측근 보좌진들의 인책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위야 어떻든 불과 2주일전 연두기자회견에서 여야영수회담을 한마디로 일축하게 만든 보좌진들의 「안이한」 시국인식과 오판(誤判)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경우 앞으로 여권 캠프를 제대로 이끌어가기 힘들다는 견해가 대통령 주변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김대통령이 여야영수회담을 통해 일단 시국수습을 위한 물꼬를 튼 뒤 韓日(한일)정상회담(25∼26일)을 마치면 청와대와 신한국당 일각에 대한 당정개편을 전격적으로 단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