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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씨일가 인터뷰]『北생활 「임꺽정시대」같아요』

입력 | 1997-01-20 20:13:00


「金基萬·文 哲 기자」 『북한의 생활상은 남한방송의 드라마 「임꺽정」과 너무 비슷하다』 작년말 귀순한 金慶鎬(김경호)씨의 셋째딸 김명숙 박수철씨 부부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생활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굶주린 주민들은 먹을 것을 찾아 떠돌고 고급당원들은 배불리 먹는 것이 임꺽정시대와 유사하다는 것. 이들은 『4년전까지 북한에서도 「임꺽정」을 소재로한 영화와 TV드라마를 방영했었다』며 『북한주민들은 요새 이를 방영하면 사람들이 동요할 것이라는 얘기를 자주한다』고 말했다. 김경호씨 부인 崔賢實(최현실)씨는 식량난으로 북한에서 떠돌이 주민이 크게 늘고 있다고 증언했다.최씨는 『강기슭에서 풀죽도 먹지 못한채 비닐천막을 치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회령에서 여섯 가족이나 봤으며 주변에도 집을 팔아치우고 농촌으로 내려가 그 차익금으로 식량을 사서 생활하는 가족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사위 박씨는 『장롱 이불 옷가지 그릇 등 집에 남은 가재도구를 팔아 식량을 구하고 마지막에는 집을 팔아버린채 역전이나 강변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북한의 가족은 이제 서서히 해체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김씨 일가는 『93년이전에는 늦게라도 식량배급이 나왔으나 그 이후에는 잘 나오지 않는다』며 『지난해부터는 식량배급이 아예 중단됐고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노임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씨는 『회령에서 주민의 30%는 별다른 식량걱정 없이 살지만 40%는 강냉이밥으로, 나머지 30%는 풀죽으로 연명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농장에서는 옥수수나 벼가 여물기도 전에 주민들이 몰래 뜯어다 먹기 때문에 수확기가 되면 쭉정이만 남으며 이 때문에 1정보의 농장에서 강냉이가 2백80㎏밖에 안나온다고 일가는 설명했다. 식량배급과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북한주민들은 대부분 장사를 통해 먹고산다고 사회안전부출신 최영호씨가 증언했다. 장사는 주로 북한에 들어온 조선족이나 중국인들과 물물교환의 형태로 이뤄지며 북한주민들은 물고기나 짐승털가죽 사금을 팔아 식량을 얻는다고 그는 전했다. 최영호씨는 『임금을 못받기 때문에 주민들은 출근하지 않거나 자주 지각을 하지만 직장에서는 별다른 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현실씨는 『1백달러는 북한돈 1만8천∼2만원으로 바꿀 수 있다』며 『좋은 밀가루가 1㎏에 50원이니까 달러의 위력을 알만하다』고 말했다. 최현실씨는 또 『우리가족도 미국의 부모가 3∼6개월마다 보내주는 5백달러정도로 21명이 두어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면서 『북한주민들은 해외에 친척이 있는 사람을 가장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차남 성철씨는 『탈북자가 체포되면 「조국을 배신한 자」라고 해서 가족 모두에게 쇠고랑을 채워 회령시내를 한바퀴 돌게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