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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KBS 파업후유증 심각

입력 | 1997-01-21 20:13:00


「金甲植 기자」 방송 4사의 노조가 민주노총 및 언론노련의 지침에 따라 지난 20일 파업을 잠정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KBS가 심각한 파업후유증을 앓고 있다. 뉴스와 각종 오락프로의 진행을 맡아 파업기간중 상징적 역할을 수행했던 아나운서들의 복귀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이날 오전 KBS의 프로가 제작되는 스튜디오 곳곳에서는 『방송을 하겠다는데 왜 막느냐』는 노조의 주장에 회사측이 『지금 복귀시킬 수 없다』고 맞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파업때와는 정반대의 이유로 엇갈린 주장과 몸싸움이 발생한 것이다. KBS2 「독점여성」(월∼금 오전10.00)에서는 연출자와 스태프가 방송준비를 마치고 스튜디오에 있는 이금희아나운서를 끌어내려는 화면이 2,3초간 그대로 방영되기도 했다. 구영희아나운서는 KBS2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월∼금 오전9.15)의 간부진과 노조간부가 몸싸움을 벌이는 등 마찰 끝에 복귀했다. 정은아아나운서는 KBS1 「아침마당」(오전8.30∼9.35)의 방영시간이 파업복귀 시한인 오전9시에 걸쳐 있어 21일부터 방송에 참가하기로 합의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KBS 홍보실측은 이번 조치가 회사측의 지시가 아니라 각 본부장이 재량권을 갖고 책임프로듀서 선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책임프로듀서는 『실제 파업기간중 탤런트와 전문MC 등 외부인력을 기용한 결과 사내외 반응이 비교적 좋았고 노조측이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오는 2월18일까지 노동법이 철회되지 않는다면 재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히는 등 또다시 파행방송이 예상돼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KBS노조와 아나운서측은 『징계절차도 없는 가운데 회사측의 명확한 설명도 없이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프로의 진행을 막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반발했다. 이들은 또 『큰 마찰없이 아나운서들의 복귀가 이루어지는 MBC나 라디오본부 보도본부 등 사내 다른 부서와의 형평성도 맞지 않는다』며 텔레비전본부가 있는 사무실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같은 마찰이 계속되자 오후 KBS 1,2국 책임프로듀서들은 비상회의를 갖고 아나운서의 복귀문제는 책임프로듀서들이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본부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