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勳기자] 본업은 목사, 부업은 상대 쿼터백을 잡는 공포의 라인배커.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최다 색(1백65.5개)보유자로 그린베이 패커스를 28년만에 슈퍼볼에 진출시킨 레기 화이트(36). 27일의 슈퍼볼을 맞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복음전파의 일념으로 NFL에 뛰어든 지 12년. 마침내 전세계 12억 인구가 지켜보는 슈퍼볼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테네시대 시절 눈부신 활약으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그는 졸업 후 목사의 길을 걷기 위해 드래프트에 응하지 않았다가 3년후인 85년 필라델피아 이글스에 입단했다. 물론 테네시주 이너시티 교회 목사로 변신한 이후의 일. 키 1m95 몸무게 3백파운드(약1백36㎏), 한팔만으로 상대 라인배커를 밀어제치는 「헤라클레스」다. 그는 데뷔 첫해 13개의 색에 이어 86년 18개, 87년엔 21개의 색을 잡아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와중에도 매주 금요일 거리 예배를 열었음은 물론. 그러나 그는 지난 92년 NFL 자유계약제도 확립을 위해 소송을 제기, 승소했지만 소속팀과의 관계가 소원해져 팬들의 눈물어린 만류 속에 93년 그린베이로 이적했다. NFL사상 수비수 최고액인 1천7백만달러에 4년계약. 68년 이후 슈퍼볼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약체 그린베이는 그의 입단으로 달라져 92년 랭킹 23위였던 디펜스가 이듬해 2위로 뛰어올랐고 95년엔 23년만에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시련이 닥쳤다. 그의 교회가 인종차별주의자의 방화로 잿더미로 변해버린 것. 화이트는 사건이후 잠적, 5개월여의 방황 끝에 평화를 위해 다시 일어섰다. 생애 첫 슈퍼볼에 대한 그의 각오는 이렇다. 『우승보다 중요한 것은 팬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일깨우는 것이지요. 그것이 아니라면 우승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