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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월레스 앤 그로밋」화제…사람과 개 코믹 모험담

입력 | 1997-01-29 20:18:00


[朴元在기자] 「최첨단 컴퓨터와 한줌의 흙이 대결을 벌이면…」. 요즘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우문(愚問)으로 들리겠지만 전세계 애니메이션 전문가와 열성 팬들은 최근 2∼3년 동안 이 명제를 놓고 고민을 거듭해 왔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때로는 흙이 더 위대할 수도 있다」는 것. 클레이(점토) 애니메이션영화 「월레스 앤 그로밋」(닉 파크 감독)은 컴퓨터에 대한 흙의 판정승을 이끌어낸 바로 그 작품이다. 영국 아드먼사가 인간의 손기술만으로 제작한 이 영화는 일단 점토로 인형을 빚어낸 뒤 캐릭터의 동작과 표정을 조금씩 바꿔가며 찍는 방식으로 완성됐다. 1초 분량을 만들어 내는데 필요한 촬영 횟수는 24번.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하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품」이 너무 많이 드는 게 단점이지만 관객들은 살아 숨쉬는 듯한 인형들의 움직임을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월레스…」의 주인공은 50대 홀아비 발명가 월레스와 그의 충직한 애견 그로밋. 이번에 선보이는 영화는 사람과 개의 일상을 따뜻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린 30분짜리 3편으로 엮어져 있다. 1편인 「화려한 외출」은 달나라로 치즈를 구하러 간 월레스 일행이 달의 수호자인 깡통경찰과 만나 벌이는 해프닝을 담았으며 2편 「전자바지 소동」에서는 월레스를 이용해 박물관 보물을 훔치려는 펭귄의 음모가 펼쳐진다. 3편 「양털도둑」은 털실을 만들기 위해 양떼를 훔치는 못된 개에 맞서 그로밋이 펼치는 활약상을 그린 일종의 액션스릴러다. 「전자바지 소동」은 94년, 「양털도둑」은 96년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았다. 「월레스…」의 상상력은 할리우드 상업영화를 뺨칠 정도로 재기발랄하다. 영화를 따라가다보면 엎치락 뒤치락하는 음모 위기 화해 사랑의 반전에 마음을 졸이다가 예기치 않은 결말에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와 「인디아나 존스」 「터미네이터」 「배트맨」 등 히트작의 유명장면을 패러디 형식으로 삽입해 재미를 살린 것도 이 영화의 특징. 2월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