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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 세계경제포럼 개막…아난-깅리치 등 거물 참석

입력 | 1997-01-29 20:19:00


[尹喜相기자] 세계 거물급 정치인과 재계 실력자들이 모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토론하고 상호 정보교환과 우의를 다지는 연례 세계경제포럼(일명 다보스경제포럼)이 30일 개막된다. 이날부터 내달 4일까지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이 경제포럼에는 특히 북한의 金政宇(김정우)대외경제협력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대표단도 참석,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작년에 처음 이 포럼에 참석했으며 올해는 어느 때보다 더 해외기업인들의 북한투자유치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은 이번 포럼을 작년 9월 나진 선봉 투자포럼 개최 직후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벽에 부닥친 현 상황을 타개하는 중요한 통로로 여기는 것 같다. 다보스경제포럼은 어떠한 사안을 의결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북한 식량사정의 절박성을 호소하고 피폐해진 경제상황을 간곡히 설명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31일 밤8시반(현지시간) 식사 모임에서 독자적인 발제기회를 갖게 된다. 한국은 이 포럼에 지난 86년 처음 참석한 이후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 등이 번갈아 참여해왔다. 올해도 韓昇洙(한승수)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이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한보그룹 부도사건 때문에 취소됐다. 대신 폴란드에 나가있는 金宇中(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곧바로 다보스로 가고 △崔鍾賢(최종현)전경련회장 △趙錫來(조석래)효성그룹회장 △朴成圭(박성규)대우통신회장 등 재계인사가 참여한다. 올해의 대주제를 「미래 정보화 사회구축」으로 설정한 이번 포럼은 국제기구 대표와 각국 정상 및 각료급 대표가 비공개로 진행하는 비공식회의와 자유 토론으로 열리는 연례회의로 나뉘어 개최된다. 특히 비공식회의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이 「디지털 및 유전자혁명이 사회 정부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주제로 기조연설하게 돼있다. [주요 참석자 명단]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 △뉴트 깅리치 미국하원의장 △체르노미르딘 러시아총리 △바츨라프 클라우스 체코총리 △알렉산드르 크바스니에프스키 폴란드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총리 △레나토 루기에로 세계무역기구(WTO)사무국장 △하인리히 폰 피에러 지멘스사장 △티모시 워스 미국국무부차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안보담당 부보좌관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케네스 클라크 영국재무장관 △존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회장 --------------------------------- ▼ 다보스 포럼이란 [뉴욕〓李圭敏특파원]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뿌리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클라우스 슈바브교수로부터 시작된다. 뛰어난 사업감각을 가진 그는 세계적인 기업인들과 주요국가의 정치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치 및 경제정보를 교환토록 해주면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난 71년 처음으로 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단 두명의 직원과 한명의 보좌관만으로 자신의 고향인 스위스 다보스에서 「유럽인 경영 심포지엄」을 개최해 4백44명의 기업인들을 모두 자비로 이 포럼에 참가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어 73년에는 참석대상을 전세계로 넓히고 기업인뿐만 아니라 주요국가의 정치인들까지 포함시켰다. 정치정보를 원하던 기업인과 경제추이를 알고 싶어하던 정치인들에게 이 모임은 매우 유익한 것으로 평가됐고 이에 따라 이 포럼은 이후 매년 열리게 됐다. 해마다 이맘때 스위스의 고급 스키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리는 이 세계 최고 저명인사들의 모임에 참석하려면 기업인의 경우 연간 매출이 최소한 7억달러(5천9백억원)이상이어야 하고 매년 1만3천달러의 회비와 2만달러의 참가비를 내야 하며 정치인은 철저하게 현직에 국한된다. 아무리 유명인사가 와서 강연을 해도 강연료를 주지 않는데다 이처럼 많은 액수의 회비를 받기 때문에 이 포럼은 작년 한햇동안에만 2천6백여만달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임은 해가 갈수록 거센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즉 세계 교역시장이 시장개방을 향해 나가고 있는 마당에 몇몇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밀실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차단한 채 배타적인 대화를 하는 것은 난센스라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 모임이 마라톤대화만 하고 결실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비꼬았고 어떤 정치인은 자신이 참석해 본 것중 가장 악취가 나는 모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이 포럼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정부의 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새로운 포럼까지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포럼 회원기업의 매출합계가 천문학적 규모인 4조5천억달러에 달하는데다 국제적인 영향력이 큰 국가원수급이 참석한다는 점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는 아직 광야에서 지르는 고함처럼 느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