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奇雨기자] 미국의 자동차 「빅3」가 연합전선을 구축, 최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차세대 무공해 자동차의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3사가 지난 93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공동 프로젝트의 핵심은 자동차의 연료효율이 종전보다 3배 정도 향상된 혁신적인 엔진의 개발. 「무공해차의 신기원」을 열게 될 이차는 갤런(약 3.8ℓ)당 주행거리가 무려 80마일(1백3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동차의 제반 기능과 안전성 승차감에는 차이가 없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앨 고어부통령은 최근 빅3의 기술합작이 『아폴로 우주계획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이를 능가하는 야심만만한 것』이라고 격찬한 바 있다. 빅3의 연합전선은 향후 세계 자동차시장의 세력판도가 점증하는 환경보호 압력에 여하히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그동안 각종 자동차 배출가스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규제가 가해져 왔다. 특히 자동차업계는 미국환경보호국(EPA)이 작년11월 자동차 배출가스중 미세가스와 오존 및 스모그물질까지 규제토록 한 새 법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EPA는 정부의 대기오염 규제기준과 관련, 공중의 건강에 대한 고려가 최우선적이며 경제적 영향은 부차적인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클린턴 집권2기를 맞아 고어부통령의 입김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등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의 칼날이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고어는 「환경 부통령」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지난 4년동안 클린턴행정부의 환경정책을 입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온 인물. 크라이슬러의 로버트 이튼회장은 『우리는 솔직히 그의 「규제본능」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토로, 지난 20일 고어부통령의 재취임 선서를 지켜보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고어는 환경보호에 관한 한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불만이 없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빅3의 무공해차 개발전략이 오는 2000년 미국 대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고어와 「공생」을 모색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