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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농구감독 최희암「아내 사진을…」펴내

입력 | 1997-01-29 20:19:00


[金次洙기자] 농구대잔치에서 연세대 농구팀을 우승으로 이끈 최희암감독이 자신의 농구인생을 정리한 에세이 「아내 사진을 가지고 다니는 남자」(도서출판 청맥 펴냄)를 출간했다. 현역 선수시절 무명의 설움을 겪었던 최감독이 「무적군단 조련사」 「코트의 조조」 「독종」 등 갖가지 별명을 얻으면서 연세대 농구팀을 무적함대로 만든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아직 명감독 소리를 듣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선수들이 믿고 따라준 덕분에 농구대잔치에서 두번째 우승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책을 쓴 것은 점점 끈기를 잃어가는 신세대들에게 인내와 노력의 중요성을 알려주기 위해서 입니다』 선수들 못지않게 「오빠부대」 농구팬들의 인기를 끄는 신세대감독인 최감독이 털어놓은 수많은 좌절과 역경, 그리고 농구선수들의 힘든 연습과정 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최감독은 휘문중시절 키가 크다는 이유로 농구를 시작했지만 신장이 1m77에 머무는 바람에 선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 『선수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우연히 찾아왔어요. 86년 농구감독이 공석이었던 연세대로부터 잠시 선수들을 지도해달라는 제의를 받았어요. 젊은 혈기에 물불 안가리고 후배선수들을 몰아쳤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감독생활이 벌써 12년째다. 최감독은 후배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무엇보다 팀워크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주전선수들은 모두 스타급이기 때문에 자존심도 강하고 팬이나 언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조직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고수합니다』 최감독은 선수들을 가혹할 정도로 심하게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감독이 책에서 밝힌 연습과정은 코트에서의 화려함과는 달리 눈물겹기까지 하다. 연습때 지시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그때그때 불러 호되게 야단을 친다는 것. 최감독은 특히 1년에 두번씩 하는 산악훈련은 연세대 농구선수들 사이에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1주일동안 산악훈련을 하다보면 선수들이 녹초가 되지만 이런 고된 훈련을 통해 체력을 기를 수 있고 훈련보다는 코트에서 뛰는 것이 쉽다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게 최감독의 산악훈련 예찬론이다. 최감독은 그러나 실제 경기때는 절대 화를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단을 치면 선수들이 긴장해 오히려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에 연습한대로 부담없이 하라고 달래주는게 시합중 그가 하는 일이다. 프로농구 감독이나 대학교수로 변신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 최감독은 지금도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