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를 맡아온 중수부2과외에 1, 3과를 추가로 투입하는 등 총력전에 돌입, 한보그룹 鄭譜根(정보근)회장 등 임원들을 줄줄이 불러들이고 있다. 검찰이 좀 서둔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국회의 국정조사권이 발동되면 사실상 수사가 어려워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임시국회가 소집될 예정인 오는 2월3일을 1차 마지노선으로 정하고 「속도전」에 들어간 셈이다. 최소한 그 이전까지는 한보철강에 대한 대출과정에 실제로 특혜와 외압이 있었는지를 가릴 수 있는 전체적인 사건의 윤곽을 잡겠다는 의도다. 검찰은 일단 한보그룹 임원들에 대한 무더기 소환조사로 한보측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2차로 이번주말경부터는 전 현직 시중은행장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빠르면 이번주말경이 될 이번 수사의 최대승부처는 지난 94년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이었던 서울은행이 자금지원에서 발을 빼고 제일은행이 집중적으로 자금지원에 나서게 된 내막을 밝혀내는데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후의 계속된 자금지원은 사실상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검중수부의 한 관계자는 『한보철강의 주거래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뀐 대목이야말로 이번 사건의 의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라며 『그 이면에 놓여 있는 정치권―금융계―한보간의 커넥션이 어떤 것인지를 밝혀내는 것이 최대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이야말로 한보그룹에 대규모 자금지원을 하게된 것이 「기간산업 적극지원」이라는 정부의 정책적인 결정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한보측의 로비와 권력핵심부 인사의 외압에 의한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라는 것.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한보철강에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주었던 李喆洙(이철수)전제일은행장과 李炯九(이형구)전산업은행총재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갸우뚱하는 시각도 있다. 하필이면 이번 사건으로 가장 큰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은행장이 이미 다른 대출비리로 구속이 됐었다는 사실이다. 두 은행장이 권력핵심부와 가까웠고 그래서 한보철강을 전폭지원했다는 가설이 성립한다면 「구속」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도 있었지 않았느냐는 시각이다. 〈金正勳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