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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수사/신용평가 묵살 전말]『사업성감안』거짓말 탄로

입력 | 1997-01-29 20:19:00


[白承勳·千光巖기자]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이 세차례에 걸쳐 외부평가 전문기관에 의뢰해 나온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성평가 결과는 「전망 불투명」으로 모두 대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런 경고는 대출과정에서 깡그리 묵살됐다. 특히 제일은행은 한보철강 2단계 건설이 시작될 무렵인 지난 94년부터 한보철강 아산만사업계획에 대한 부정적인 심사보고서를 받은 이후 오히려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이것은 제일은행의 전현직 행장과 임원들이 한보철강 부도후 대출의혹에 대해 『사업전망을 토대로 대출했다』고 한 해명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말해준다. 한보철강에 대한 은행의 평가용역의뢰는 세차례 이뤄졌다. 아산만 철강단지사업이 본격화할 무렵인 90년8월에는 서울은행이, 2단계공사 착수무렵인 지난 94년 1월과 한보 자금난이 심각했던 지난해 9월 제일은행이 두차례 한국신용정보에 심사평가를 의뢰했다. 은행실무자들에 따르면 한국신용정보의 사업성 평가는 한마디로 부정적이었으며 이 내용은 은행장에게 보고됐다. 특히 이 보고서는 제일은행측에 낸 두차례 보고에서 「한보철강의 자체자금조달 계획이 전혀 실효성이 없고 지나치게 차입금에 의존하고 있어 장기투자를 제대로 마무리할 능력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기관의 평가를 시기별로 보면 은행들이 한보철강의 사업계획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90년8월 당시 한보철강이 부산공장을 매각해도 자금조달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지난 94년1월 2차 보고서에서도 한보철강의 자금마련계획의 실효성이 없고 단기자본에 대한 의존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보철강은 이때도 부산공장을 매각하고 5백억원을 유상증자하겠다는 자금조달계획서를 은행에 제출했으나 이후 부산공장은 ㈜한보에 매각하고 유상증자도 하지 않는 등 자체자금마련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가장 심각한 문제점으로 한보철강의 부채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특히 부채중에서도 단기자금 의존도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92년6월말 현재 한보철강의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은 770.3%로 전체철강업종 평균보다 4배이상 높았다. 제일은행은 한보철강에 4천억원을 협조융자해주기 직전인 지난해 9월에도 이같은 내용의 3차보고서를 받았으나 역시 무시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대 초반까지 한보철강의 매출액 대비 금융비용이 철강업종의 평균치보다 4, 5배나 높은 20∼30%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비교적 철강경기가 좋았던 지난 95년 철강업종전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9.3%로 한보철강이 금융비용을 전혀 감당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더구나 한보철강의 95년 영업이익률은 0.8%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비싼 용역비를 들여 나온 이런 평가내용들은 대출심사과정에서 전혀 반영되지 않아 은행장이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을 내렸는지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