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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동아 정보화캠페인]「情報열차」법-제도가 걸림돌

입력 | 1997-01-29 20:19:00


인터넷망을 이용해 국제전화를 쓰면 최대 90%까지 요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이렇게 싸고 좋은 인터넷 국제전화 사업을 하면 범법자가 된다. 인터넷망에서 음성 서비스를 하는 것은 「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와 사뭇 대조적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인터넷을 통한 상거래 정보유통을 「전자공간에서의 무역」으로 간주하고 전자상거래(EC)상의 관세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기준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미국은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해 새로운 「정보 라운드」를 꿈꾸고 있다. 가상공간의 금융 교역으로 나라의 중앙은행이 무력해지는 시대를 꿰뚫어 본 능동적 대응이다. 그리하여 가상공간이라고 하는 또하나의 「신대륙」에 성조기를 꽂고 선점(先占)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반대로 국내 20여개 인터넷 업체는 『외국기업마다 인터넷 전화를 잇따라 개발하고 있는데도 국내업계는 법에 가로막혀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이스라엘 보컬텍사가 「인터넷폰」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미국 일본 등 선진 기업을 제친 사례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정보 인프라의 하나인 위성정책도 마찬가지다. 위성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무궁화위성도 법과 제도의 미비로 「우주의 미아」처럼 떠돌고 있다. 국회의 통합방송법은 늦어지고 정보통신부와 공보처간에 위성방송 인허가를 둘러싼 힘겨루기는 결판나지 않고 있다. 번호자원 관리도 그렇다. 국내 지역전화 인식번호는 무려 1백46개. 국토나 인구에 비해서 지역번호가 너무 많은 편이다. 한국통신은 지난 85년부터 번호 변경계획을 추진해왔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해부터는 전국이 15개의 지역번호로 통합돼야 했다. 그러나 결국 5백30만 가입자간에 번호가 겹친다는 핑계로 10년간 추진된 이 계획은 무기한 보류되고 말았다. 소프트웨어가 나라를 살린다고 외치면서도 법률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음식점이나 술집같은 서비스업종으로 분류한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는 제조업보다 세배 이상 많은 소득세를 물고 있다. 게다가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은 최근까지 개정을 거듭해 왔지만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의 풍토를 바꾸는데는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불법복제자가 정품 구입자보다 네배 이상 많은데도 단속실적을 보면 지난해나 95년에 겨우 3백명을 밑돌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지난 93년이 6백29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냉대는 기술담보제까지 이어진다. 한마디로 기술을 담보로 자본을 끌어쓰기 어렵다. 李龍兌(이용태)한국정보산업연합회장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구매 제도조차 「최저가」를 기준으로 삼는다. 납품업체들은 개발비와 재료비에도 못미치는 값에 물건을 넘기고 있다』며 『덤핑과 대기업의 시장 주도로 업체는 재투자는 고사하고 살 길마저 막막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구태(舊態)의연한 의식과 제도가 첨단 산업의 장래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