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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현장/「이상적 남편」]풍자-위트 『남편속 후련』

입력 | 1997-01-30 20:09:00


[金順德기자] 연극 제목만 보면 주부를 위한 작품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독설가로 유명한 오스카 와일드(1854∼1900) 원작에 정진수교수(성균관대)의 재구성 연출을 거친 이 작품은 정반대로 남자를 위한 연극이다. 연극의 배경은 2년후인 1999년. 국회의원과 국제변호사 여성로비스트의 정치자금 수수 등의 비리와 스캔들, 물고 물리는 두뇌게임이 극의 줄기를 이룬다. 환경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 최씨(오영수 분)는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기업이 설계 제작한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가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할 계획이다. 이를 알아챈 국제로비스트 애니 킴벌리(양금석)는 최의원이 과거 국가기밀을 판 돈으로 의원선거에 당선됐음을 언론에 알리겠다며 입을 다물도록 위협한다. 최의원은 자신을 「이상적 남편」으로 여기는 아내(김성녀)가 추악한 과거를 알까봐 어쩔줄 모르는데…. 이 연극에서 줄거리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남자들이 들으면 속이 시원해질 대사다. 연출가 정진수씨는 오스카 와일드의 풍자와 위트를 그대로 극속에 녹여 넣으면서도 우리나라 남성들이 좋아할 말들을 다수 추가해 「말의 연극」으로 만들었다. 『당신네 여자들은 남자를 사랑할때 왜 약점과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없는거요』 『여자들은 남자에게서 일을 빼앗으면 온 정열을 자기한테 바칠거라고 기대하지만 그건 오산이에요. 남자는 온 정열을 바쳐서 일할 수 있을 때 사랑도 할 수 있는거요』 그래서 여주인공을 맡은 김성녀씨는 『연출자는 물론 같이 출연하는 남자배우들이 너무 좋아한다. 연극제목이 「이상적 남편」이 아니라 「이상적 아내」여야 옳은 것 같다』고 할 정도다. 결국 이 연극이 주장하는 메시지는 『이상적 남편이란 없다. 남편의 결점과 과오까지 받아주는 부인만이 이상적 남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연극은 동작과 시청각 효과에 의존하는 「몸의 연극」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다』고 지적한 정교수는 『상류층 인물들의 세련된 대사를 통해 한국 사회의 풍속도를 그리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라고 말했다. 민중극단 제작으로 2월6일 서울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개막돼 3월3일까지 계속된다. 월∼토 오후4시 7시, 일 공휴일 오후3시 6시(10, 16∼19, 24일 공연없음). 02―3672―2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