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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생각하며]지방에 숨겨진 경쟁력의 뿌리

입력 | 1997-01-30 20:09:00


새로운 1천년의 개막이 3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구촌의 모든 국가와 민족이 이웃이 되는 세계화 정보화시대의 물결이 벌써부터 주위를 온통 감싸고 있다. 재작년 우리는 지방자치를 이끌 자치단체장을 선출해 새로운 시대의 치열한 경쟁을 헤쳐나갈 제도적인 틀을 마련했다. 급격히 성장한 우리의 경제규모는 중앙정부의 통제능력을 벗어난지 오래며, 뛰어난 국제경쟁력은 지역에 뿌리를 둔 세계화에서 가장 쉽게 얻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자원의 서울집중이 극에 달하고 있는 지금, 지역의 균형발전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로 몰리는 인재들▼ 국가사회든 지역사회든 발전의 원동력이 교육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고등교육의 중핵을 담당하고 있는 대학은 미래의 주역이 될 젊은이가 자라나는 요람이다. 또한 대학은 분초를 다투며 진보하는 과학문명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는 소위 「미래쇼크」 현상을 치유해야 할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은 지역사회를 이끌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이요, 새로운 사회에 지역사회가 적응하도록 하는 대학이다. 지역사회의 경험을 얻으면서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제공하고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대학이다. 지방대학을 도외시한 채 지역사회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지방대학에 국한된 일만은 아니겠지만 대학 스스로의 개혁노력이 요즈음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빈약한 재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거액을 투자해 전략목표 수립에 골몰하는 대학이 늘고 있고 교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는 엄격한 평가제도가 마련되고 있다. 정보화시대를 대비하는 멀티미디어 시설투자도 한창이다. 산학(産學)이 협력하는 테크노파크 설립작업과 함께 이 모든 노력들은 대학이 상아탑에서 벗어나 현실사회에 동참해야 한다는 증거다.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모두가 오랜 잠에서 갓 깨어난 대학의 미래를 염려하며 한마음으로 인내하고 더욱 땀흘려야만 한다.지방대학이 가장 극복하기 힘든 문제라면 장래의 지역사회를 주도할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방의 경제구조는 젊은이들의 푸른 꿈을 펼치기에 너무 취약하다.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일터에서 당장 현실적으로 세련되지 못한 지방대 졸업생들은 홀대받게 된다. 지방대에 지원하는 우수한 수험생들이 입학원서에 학교장의 직인을 받기 어렵다든지 서울대 합격자의 수에 따라 고등학교를 서열화하는 세태를 바라보면 뭐라 할 말을 잊게 된다. 이 모든 일이 지방대학을 지역사회로부터 격리시키며 결국 지역사회를 중앙에 더욱 예속시킨다. 기업은 지방대 출신의 성실성과 잠재력을 눈여겨 보아야 하며 지역인재는 지방대에서 양성해야 한다는 국민 모두의 인식전환이 아쉽다. ▼지방大에 관심-사랑을▼ 중앙정부 또한 지방대 육성과 지원의 중차대함을 새로이 인식해야 한다. 지역거점대학을 키워 나가겠다는 최근 교육부의 정책은 늦긴 했지만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행여나 지극히 평면적인 잣대로 저울질해 모든 현실여건이 불리한 지방대학을 소홀히 한다면 지방대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또한 멍들고 만다. 그것은 또 코앞에 닥친 무한경쟁시대에 지방에 존재하는 경쟁력의 뿌리를 부인하는, 지역발전을 향한 지역민의 염원을 저버리는 일이다. 미래는 먼저 준비하는 이들의 것이다. 지역사회와 지방대학이 2000년대의 진입을 성공적으로 준비한다면 우리 모두 두려움 없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을 갖고 활기차게 도전해 나가는 지방대학에 지역민은 물론 전국민과 정부의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 갈채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 성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