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甲植기자] 『아무래도 도표나 금표는 좀 곤란하죠』 『글쎄, 작가는 작품의 분위기를 살리려면 그대로 사용했으면 하는 눈치던데요』 KBS드라마국의 책임프로듀서(CP)들은 최근 새 일일드라마 「정 때문에」(문영남극본 김현준연출)의 배역 이름을 둘러싸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오는 3월부터 9시뉴스에 앞서 밤8시30분대에 방영되는 이 드라마는 지난해 12월 작품 기획단계부터 홍두표사장이 작가와의 면담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KBS의 기대가 크다. 시장에서 젓갈장사로 2남2녀를 성장시킨 어머니(정혜선)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형의 부부상과 청소년, 세대간의 갈등과 사랑이 펼쳐진다. 2남2녀의 배역명은 홍씨 성에 표자 「돌림」으로 도표(서인석) 금표(윤미라) 상표(정성모) 은표(하희라)가 됐다. 은표의 남편은 심각한 교통문제를 암시하는 차대기(이재룡)가 됐고 그의 동생은 차대자다. 작가 문영남씨는 『코믹한 가운데 가슴이 찡한 이야기를 싣는 홈드라마여서 배역명에 신경을 기울였다』면서 『생활 주변의 유행어와 아이디어를 활용해 「작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수무대를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인생은 즐거워」에서 「정 때문에」로 드라마의 제목을 바꾸고 주요 배역의 80%이상이 캐스팅이 완료되는 등 순조롭던 제작과정은 결국 배역명에서 뜻밖의 장애물을 만났다. 이미 홍사장의 손을 통과해 OK사인이 떨어지긴 했지만 극중에서 탤런트 서인석이 맡은 「홍도표」역이 고민거리였다. CP회의에 참석했던 한 PD는 『회사측으로부터 배역명과 관련, 다른 의견을 전달받은 적은 없다』면서 『사장님 이름과 비교할 때 홍자와 표자는 같고 가운데 모음만 「오」와 「우」로 달라 홍두표사장에게 누를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결국 갑론을박을 거쳐 드라마국 간부들은 도표 대신 「원표」나 「우표」를 두고 저울질하다 「우표」로 확정했다. 한편 극중 윤미라가 맡은 홍금표역도 현재 KBS 라디오2국장의 실명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아 다른 이름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작가 문씨는 『특정한 배역명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의 이름은 내 분신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작품의 향기를 살릴 수 있도록 그대로 사용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방송가에서는 『당사자는 관대한 입장인 반면 주변에서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