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에도 고교의 일방적인 보충수업은 여전히 실시됐다. 『다른 학교도 하니까』 『학부모들의 열화같은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워서』 『그래야 성적이 올라가니까』 등 보충수업 강행의 명분도 다양하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방학을 잊어버린지 오래다. 학생들도 언제까지 학교의 강요에 따라야만 하는지 불평불만이 많았다. 교육청은 보충수업 지침을 통해 희망학생 희망과목에 한해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학교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보충수업통지서를 보내면서 학부모동의서를 요구하므로 학부모와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조차 없다. 학부모동의서는 감사에 대비한 학교측의 사전장치가 되는 셈이다. 겨울방학에 들어가기 전 조례시간에 보충수업 희망자를 조사해봤다. 학급마다 50여명 중 6,7명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인문계고 재학생들은 학교방침에 따라 보충수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방학중 보충수업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을 능력별로 편성하지 않고 학기중의 학급 그대로 실시하는 보충수업이니 뻔하다. 교과서 위주의 주입식 수업이 반복될 뿐이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정상화와 전인교육을 수시로 외쳐댔지만 제대로 실현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 방학이 독서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며 취미 특기도 살리고 웃어른을 찾아뵙는 등의 인성교육의 기회로 활용되지 못하고 이 기간에도 성적 위주의 교육만 반복되는 것이다. 학습보충의 방법은 학교 보충수업만 있는게 아니다. 부진한 과목을 골라 학원수강을 하거나 TV가정학습을 활용할 수도 있다. 과외를 받는 방법도 있다. 왜 학생들의 보충학습 선택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는가. 보충수업은 성적부진아나 지진아 그리고 희망학생을 대상으로 희망과목에 한해 실시하자는게 근본취지다. 반을 수준별로 편성하지도 않고 과목선택의 여지도 없는 현행 보충수업이 계속돼서는 안된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교사의 처우개선을 위한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들도 희생양임을 자처한다. 학교장의 강요에 억지로 따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학교장들도 마찬가지다. 달리 대안이 없으니 자신들이야말로 희생양이 아니냐고 한다. 당사자 모두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천덕꾸러기 보충수업은 근본취지대로 시행되거나 폐지돼야 마땅하다. 우정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