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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명예존중 선비정신 되살리자

입력 | 1997-02-13 20:34:00


우리 선조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삽과 쟁기를 놓고 전장으로 뛰어나가 싸웠다. 이는 명분과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선비정신에서 나온 것이겠다. 백암 박은식선생도 『의병정신은 국혼의 상징이며 국혼이 살아 있으면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같은 정신은 일제침략과 6.25 등 국난극복의 원동력이기도 했다. 하지만 명예를 목숨처럼 여기던 선조들의 전통도 오늘날에 와서는 빛이 바래고 있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사회 일각에서는 명예를 존중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여 다소 위안이 되고 있다. 졸업시즌을 맞아 학교들마다 독립운동이나 학도병 출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독립지사와 호국용사들을 찾아내 명예졸업장을 수여한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13일 현재 집계에 따르면 17개교에서 3백50명의 참전학도병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했거나 수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6.25 전쟁이 일어나자마자 학업을 중단하고 자원입대, 학도병으로 또는 한떨기 무명용사로 꽃다운 젊음을 조국의 제단에 바쳤다. 물론 뒤늦게 명예졸업장 한장 준다고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반문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조국의 위기를 외면하지 않고 용감하게 몸을 던진 그들의 기개와 조국애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명예를 잊고 사는 오늘의 세태를 생각할 때 그 값은 더욱 빛난다. 선진 여러 나라에는 이같은 기풍이 벌써부터 뿌리내려져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케임브리지대나 옥스퍼드대의 경우 교정에 기념비를 세우고 전사자들의 명단을 새겨넣음으로써 학교가배출한최고의졸업생으로그명예를현창하고 있다. 스스로 명예를 지키고 남의 명예를 존중하며 명예에 따르는 의무를 다하는 전통이 오늘의 선진사회를 만든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부터 펼쳐온 「우리 학교 출신 독립운동가와 참전용사 공훈선양 운동」 역시 이같은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 결실로 최근 학교들마다 모교의 명예를 높이고 구국정신을 기리자는 뜻에서 졸업식과 함께 명예졸업장 수여식을 마련하고 있다. 다행스럽고도 고무적인 모습이라 하겠다. 학교 시절부터 호국정신을 선양하고 이를 학풍으로 이어간다면 젊은 세대의 투철한 국가관 확립은 물론 우리 사회를 더욱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발판이 된다. 명예졸업장 수여에 이어 추모비 건립과 동판부착 등 보다 다양한 추모사업이 확산돼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