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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고국찾은 교포3세 밴텀급 신인왕 오덕수

입력 | 1997-02-15 20:18:00


[이훈기자] 1977년 2월10일 오후 4시50분. 제주도에서 일본 오사카로 향하던 대한항공 307편 보잉 707기 기내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15일 성남실내체육관. 1백18명 승객들의 축복속에 태어난 그 아이가 이젠 어엿한 성인이 되어 97프로복싱 밴텀급 신인왕에 등극했다. 일본 국적의 재일교포 3세 오덕수(20·화랑체육관·일본명 무라모토 도쿠슈). 한국 프로복싱 신인왕전에 일본 국적의 선수가 나선 것도 처음이지만 더욱 이채로운 것은 그의 출생에 얽힌 얘기. 당시 만삭이던 오덕수의 모친 유용숙씨(50)는 시댁인 제주도에 들렀다가 네살배기 큰아이를 데리고 오사카행 비행기를 탔다. 출산 예정일이 아직 20여일이나 남아있었지만 이륙후 곧바로 진통이 시작됐다. 비행기는 고도 2만1천피트로 대마도 상공을 날고 있었고 이 때부터 대한항공의 전설로 내려오는 「공중분만 1호작전」이 시작됐다. 스튜어디스들은 비행기 뒷좌석에서 산모를 앞좌석으로 옮긴 뒤 담요로 좌석 주위를 가려 임시 분만실을 만들었다. 다행히 여승무원 안양희씨가 가톨릭의대 간호학과 출신이었고 승객 중 조산원인 양춘숙씨가 있었기 때문에 산모는 이들의 도움으로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할 수 있었다. 대한항공측은 축하의 뜻으로 산모의 입원비 일체를 부담했으며 아이의 옷가지 등을 선물로 듬뿍 안겼다. 유용숙씨는 이들의 은혜를 잊지않겠다며 아이 이름을 대한항공 조중훈 회장의 이름 끝자를 따 오덕훈이라 지었고 훗날 일본어 발음의 어려움 때문에 오덕수라고 개명했다. 일본 오사카 스미노 고교 2학년때 복싱에 입문한 오덕수는 지난 95년 한국 화랑체육관에서 데뷔전을 치른 이후 이날까지 4전전승(4KO). 복싱을 배우러 한국으로 건너온 그의 꿈은 23세가 될 때까지 세계 챔피언이 되는 것. 어머니 유씨는 귀하게 얻은 아들의 얼굴이 링위에서 퉁퉁 붓는 것이 안쓰러운 탓인지 경기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와 아들의 모습을 초조히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