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기자] 「검은 것이 아름답다」. 노랑 오렌지 보라 초록색 등으로 현란하게 물들인 머리에 이어 최근 젊은 여성 사이에서는 칠흑같이 까만색으로 물들이기가 한창이다. TV나 패션 카탈로그 등에서도 머리를 까맣게 물들인 연예인이나 모델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미장원에는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다시 까만색으로 바꾸려는 여성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박준미장의 유규억부장은 『요즘 머리를 새까맣게 염색하기 위해 찾아오는 여성이 하루에 20∼25명 정도』라고 말한다. 「어차피 검은 머리인데 뭐하러 또 물들이나」싶지만 그냥 검은 머리보다 염색한 머리가 훨씬 색깔이 짙고 예쁘다는 것이 유행에 민감한 멋쟁이들의 주장. 또 언뜻 보면 비슷비슷하지만 새까맣기만 한 검은 머리는 「트루 블랙」, 검으면서도 푸른기가 도는 「블루 블랙」, 약간 녹색을 띠는 「사파이어 블랙」 등 염색한 검은 머리도 색상이 다르다. 검은 머리는 1,2년전부터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국내에서는 올 겨울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코리아 헤어컬렉션」에서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새까맣게 물들인 검은 머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검은 머리의 유행은 최근 몇년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밝은 색 염색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현란한 머리색상에 싫증을 느낄 때도 된데다 염색을 하면 아무래도 머리카락이 조금은 상하게 마련인데 검은색은 머릿결을 가장 좋아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 새까만 머리는 무거운 느낌을 주기 쉬우므로 긴 머리보다는 쇼트커트나 짧은 단발이 어울린다. 특히 두상이 큰 편인 동양인은 쇼트커트가 좋다. 키가 큰 여성이라면 검은 색으로 염색한 긴 머리도 괜찮지만 웨이브 파마를 한 머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관계자들은 『검은색 머리는 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왠지 심리적으로도 위축되기 쉬운 추운 겨울에 어울린다』며 『이런 유행은 봄철까지는 계속될 전망이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머리색깔이 다시 밝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