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용이 1년에 20조원으로 전체 교육예산보다 많다. 가구당 월평균 43만원을 과외비로 지출한다. 그런데도 우리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건 교육이 아니라 차라리 사육이다』 『고교생 때는 대입문제집만 끼고 살더니 대학생이 돼도 국가고시나 입사시험 문제집과 씨름하는건 마찬가지다』 『실험실습은 요원하다. 쓸만한 기자재가 없다. 그나마 있다 해도 오래된 것이라 제대로 실습할 수가 없다』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 교육의 서글픈 현실을 대변하는 말들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온통 뇌물과 떡값으로 얼룩진 정치는 한보사태로 극에 달했다. 경제가 수렁에 빠져 있는데도 사치성소비재 수입은 줄어들지 않는다. 자녀 과외비와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머니가 파출부를 하고 아버지는 야간초과근무를 마다 않는다. 총체적 난국이다. 더이상 늦출 수 없다. 머리를 맞대고 슬기를 모아야 할 때다. 교육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개혁해야 한다. 교육을 통한 개혁은 가장 늦은듯 보여도 가장 확실한 길이다. 50년대 소련의 인공위성발사에 자극받은 미국이 과학교육에 분발, 10년 안에 달착륙을 성공시킨 전례가 말해준다. 아무리 경제논리가 우선이라지만 이젠 교육부도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공교육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엄청난 사교육비 지출에 허덕이는 학부모의 고민을 해결해줘야 한다. 충분한 투자없이 양질의 인력이 많이 배출되기를 갈구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순에서 탈피하지 않고서는 우리 교육의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교육에 관한 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요구된다. 최근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양원합동회의 연두연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미국사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교육의 질 향상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하면서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우뚝선 미국의 대통령이 향후 4년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교육을 앞세웠다는 점은 총체적인 경쟁력 상실 위기에 있는 우리로서는 몇번이고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다가올 21세기, 전방위적 경쟁이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21세기, 그 찬란한 역사를 위해 교육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 오덕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