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재기자] 제69회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가 지난 12일 발표됨에 따라 「황금빛 오스카 트로피」의 향방이 세계영화계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후보작 명단을 보면 올해 아카데미상의 조류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의 퇴조와 독립영화 및 비(非)미국권 작품의 강세로 요약된다. 작품상 후보 다섯편 가운데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의 작품은 톰 크루즈가 주연한 「제리 맥과이어」 한편뿐. 「비밀과 거짓말」은 영국, 「샤인」은 호주영화이며 「잉글리시 페이션트」와 「파고」의 경우 국적은 미국이지만 할리우드와 일정한 거리를 둔 독립영화로 분류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할리우드 메이저사들이 눈앞의 상업적 이익에만 집착한 탓에 「예술적 파산상태」를 맞았다』고 꼬집고 『이번 후보선정 결과는 할리우드 주류 세력에 대한 오프 할리우드(Off Hollywood)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현재까지의 초반 분위기는 작품상 남녀주연상 등 12개부문 후보에 오른 「잉글리시 페이션트」가 주도하는 양상.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사하라 사막을 배경으로 헝가리 탐험가와 영국 귀부인간의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이 영화는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부문 작품상을 받아 아카데미 석권 가능성을 높였다. 골든글로브 수상작은 2년에 한번꼴로 오스카 트로피를 차지해 왔으며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브레이브 하트」는 당시 최다인 10개부문의 후보가 됐던 전례가 있다. 7개부문 후보인 「파고」와 「샤인」은 각각 실험성과 완성도를 무기로 역전을 노리는 케이스. 특히 「샤인」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데 힘입어 미국 관객 수가 40%나 늘었다고 타임지가 전했다. 컬럼비아 트라이스타사가 제작한 「제리 맥과이어」는 메이저계열 작품이라는 특성이 강점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우주연상의 경우 골든글로브 뮤지컬 코미디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에비타」의 마돈나가 후보에서 탈락한 게 최대 「사건」으로 꼽힌다. 「비밀과 거짓말」의 브렌다 블리신,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에밀리 와트슨,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등 유럽 여배우들이 스타탄생을 꿈꾸며 각축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