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기자] 3월부터 국내 공중파방송에서 「순수문화」가 전멸할 것으로 보인다. MBC와 KBS는 최근 3월 봄개편을 앞두고 문화정보프로그램 「문화특급」과 「문화가산책」을 폐지하기로 편성회의에서 결정했다. 각사가 이같은 안을 최종결정할 경우 공중파방송에서는 「순수문화」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한편도 남지 않게 된다. 또 월요일 밤 12시(문화특급)와 수요일밤12시(문화가산책) 등 심야시간에 배치됐던 이들 프로그램의 후속으로 연예오락쇼 등이 준비되고 있어 「한 밤의 오락전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문화특급」과 「문화가산책」은 방송3사에서 1주일동안 방영되는 2백40여 프로그램중 단 두편뿐인 순수 문화프로그램이지만 「변두리편성」과 예산삭감 등을 겪어왔다. MBC 「문화특급」은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의 공연소개, 조류탐구 등을 해왔다. 「문화특급」은 각 분야 1백명의 추천위원과 7인의 전문운영위원을 통해 「이달의 예술가」를 선정, 5백만원의 상금과 함께 작품특집도 마련해 문화계발전에 공헌해왔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MBC는 심야시간대에 「비싼」 MC를 투입할 수 없다며 이들을 교체하기도 했었다. KBS2 「문화가산책」은 방송 11년째. 지난 95년 폐지됐었으나 문화계 인사들의 반발로 몇개월만에 되살아났다. MBC 「문화특급」이 공연을 미리 소개하는 예고성이 강한데 비해 「문화가산책」은 화제가 된 작품의 감상과 리뷰 등 비평적인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문화특급」에 대해 MBC 김세영편성기획팀장은 『시청자수가 적어 연예 오락물로 대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S측도 『연예인들의 이면을 살펴보는 프로를 「문화가산책」후속으로 이미 찍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이상민PD는 『시청자들에게 고급순수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한편이라도 있어야 한다』며 『공영성과 문화발전을 주장하던 방송사가 문화프로그램을 전폐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KBS 제작진도 『회사의 최종결정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시청률경쟁만 따진다면 특정 시청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설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