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재호 특파원] 『북한이 붕괴되도록 내버려두라』는 미국 다우존스사 국제담당 사장 카렌 하우스의 발언은 북한정책에 관한 미국사회의 진보와 보수 사이의 골을 새삼 실감케 한다. 하우스는 월 스트리트 저널지 21일자 칼럼을 통해 『북한이 죽어가고 있는 마당에 미국이 원조나 외교적 대화 같은 아첨을 통해 북한의 고통을 오히려 연장시켜주고 있다』면서 이는 현명한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종말이 임박한 북한정권에 기적적인 치료약은 없다』면서 가엾은 북한인민들로 보나 서방(西方)으로 보나 차라리 북한정권이 일찍 붕괴하는 것이 인도적 전략적 측면에서 더 낫다고 역설했다. 그의 주장은 냉전때 더 빛을 발했던 보수주의자들의 사고를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힘을 통한 평화」를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공산주의자들에게 회유정책은 금물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이분법적 접근은 무리가 있겠으나 대체로 공화당 그리고 공화당을 뒤에서 돕는 두뇌집단들을 보수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대표적인 집단이 헤리티지재단. 헤리티지재단의 리처드 앨런, 다릴 플렁크 같은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지금도 『대북 경수로 제공은 재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수는 그러나 진보에 밀리는 추세다. 클린턴대통령의 민주당정권 대북정책이 보수보다는 진보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무부의 찰스 카트먼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정보분석관 존 메릴, 케네스 키노네스 등은 대화를 통한 북한의 개방 유도가 미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된다고 믿는다. 이른바 「소프트 랜딩」(연착륙)의 열렬한 주창자들이다. 두뇌집단으로는 평화연구소(USIP) 진보정책연구소(PPI) 등이 대표적인 진보다. USIP의 스탠리 로스(전 백악관안보회의 동북아 담당관), 스콧 스나이더 등 또한 같다. 언론도 대북정책에 관한한 보수와 진보로 나뉜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지는 진보로, 월 스트리트 저널과 워싱턴 타임스지 등은 보수로 널리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