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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 프리즘]사극 엑스트라, 전투장면많아 『아찔』

입력 | 1997-02-23 20:07:00


[권기태 기자] 조해일씨의 단편 「매일 죽는 사람」은 촬영 현장에서 언제나 미미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 엑스트라의 내면풍경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주인공 엑스트라는 사극 촬영을 부담스러워 하며 주연 배우가 함부로 휘두른 칼에 잘못 맞아 몹시 고통스러워 한다. 사극 엑스트라의 힘든 점은 어떤 것일까. 현재 방송3사의 역사물은 SBS의 「임꺽정」 KBS의 「용의 눈물」 MBC의 「미망」이 있으며 대준엔터프라이즈와 한국예술이 엑스트라 동원을 맡고 있다. 「임꺽정」 엑스트라로 나섰던 탤런트 지망생 P씨는 『엑스트라는 자기 의지에 따라 「출연」하는게 아니라 회사 지시로 「동원」되는 것』이라며 『사극에 동원될 경우 촬영 전 준비가 적지 않아 재미 있으면서도 부담스런 면이 많다』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분장용 접착제를 바르고 수염을 달거나 옛날 옷을 겹쳐 입어 움직이기에 「껄끄럽다」는 것. 그러나 『현대물보다 지방 촬영이 많아 밤늦게까지 대기하면 수당을 자주 타게 돼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말 사법시험 합격후 엑스트라계(界)에 뛰어 들었던 예비 법조인 K씨는 『문경 새재로 가서 「용의 눈물」 전투 장면에 동원됐다가 아찔한 체험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K씨가 두려웠던 것 가운데 하나는 말발굽. 장수를 태운 말이 쓰러져 숨진 병정들 사이로 달리다 보면 흥분해서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 K씨는 『복지안동(伏地眼動) 자세로 누워 있다가 밟히면 진짜 죽겠다는 생각에 카메라 몰래 「안전지대」로 포복해 가느라 바빴다』고 털어놨다. 또한 성벽을 넘어 공격하는 장면 등에서는 대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게 쉽지 않아 진행반장으로부터 몇번씩이나 구박을 받았다는 것. K씨는 또한 『밤에 칼싸움 하는 장면 등에서는 정면으로 찌르면 부상당하기 쉬워 고참들로부터 「알아서 살살 싸워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엑스트라 회사들은 특별히 상해보험에 들어있지는 않으며 위험한 장면에는 스턴트맨을 쓴다고 밝히고 있다. 「조선왕조 5백년」부터 최근의 「먼동」까지 다양한 사극에 출연해봤다는 M씨는 『사극의 경우 전쟁 장면이 특별히 힘들어 경험 많은 엑스트라들은 일찌감치 「으악」 소리 한번 지르고 쓰러져 쉬는 쪽을 택하는 편』이라며 『이런 이들이 많으면 제작진들은 오늘은 왜 이렇게 죽는 사람이 많냐고 묻는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