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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올 8번째 살인… 「제2의 화성」공포

입력 | 1997-02-23 20:07:00


【대구〓정용균기자】 대구 동구지역에서 올들어서만 8건의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 9명이 숨졌으나 1건만 범인이 잡혀 주민들이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10일부터는 이 지역에서 3,4일 간격으로 살인 사건이 잇따르는데다 피해자도 대부분 부녀자여서「제2의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연상케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여자 7명, 남자 2명이다. ▼발생〓지난22일오후10시경 대구 동구 신암5동배모씨(50)집에 세들어사는 김병주씨(27·남자미용사)가왼쪽어깨와 눈 등을 예리한흉기에찔린채숨져 있는 것을 주민 이우진씨(30·미용실주인)가발견했다. 이에 앞서 21일 오전4시2분경 신암3동 모교회 입구에서는 김필순씨(64·여·동구효목동)가 등을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됐으며 지난 14일 오전8시반경엔 신암4동 K다방에서 주인 김난이씨(42·여)가 하의가 벗겨지고 목부분을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됐다. 또 지난 5일 오전10시경엔 입석동 박모씨집에서 박씨의 부인 이윤임씨(26)와 아들(3)이 얼굴 목 가슴 등을 흉기에 찔려 숨진채 발견되는 등 지난달 5일부터 지금까지 8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수사〓경찰은 연쇄살인사건중 지난 17일 동대구역 육교밑에서 피살체로 발견된 회사원 김모씨(31·신천1동)사건의 범인으로 박석수씨(41·무직)를 사건 발생 하루만에 검거, 지금까지 1건만 해결했을 뿐 나머지 7건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중이다. 경찰조사결과 박씨는 자신이 교도소에 복역중일 때 김씨가 자신의 부인(28)과 정을 통해온 사실을 알고 김씨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신암동 일대 반경 1㎞내에서만 6건의 살인사건이 집중발생한데다 살해수법이 잔혹하고 유사한 점으로 미뤄 동일범에 의한 소행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원한 및 치정에 의한 범행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또 피해자가 대부분 부녀자인데다 60대 노약자나 어린이도 잔인하게 살해된 점으로 미뤄 변태성욕자나 정신질환자의 소행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 신암동일대에 동대구역과 버스터미널등이 있다는 지리적 특성상 지나가는「뜨내기」에 의한 「여행성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민표정〓신암동 주민들은 경기 화성군 주민들이 겪은 것과 똑같은 연쇄살인사건의 공포에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특히 8건의 살인사건중 2건씩이 발생한 신암3,4,5동 주민 5만여명은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민 박모씨(45·여·신암3동)는 『낮에도 동네 주부들끼리 한집에 같이 모여 지내고 있고 밤길이 무서워 고등학생 딸의 과외학원 다니는 것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신암동과 인접한 인근 동구 효목 신천동과 북구 복현동 주민들도 『우리 동네에서도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게 아니냐』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문책〓대구지방경찰청은 이번 연쇄살인사건 발생의 책임을 물어 23일자로 具恩洙(구은수)동부경찰서 형사과장 등 2명을 직위해제하고 동부서 형사계장과 신암3,4,5동파출소장 등 4명을 전보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