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기자] 청와대 비서실이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작년 말 노동관계법 개정 파동때부터 본격화한 청와대 비서실내 갈등구조는 한보사태를 거치면서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최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 사이에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참회의 소리」와 함께 『총사퇴해야 한다』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수석비서관 자신들부터 갈등의 골이 깊어졌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비서실 내부의 갈등은 金光一(김광일)비서실장과 李源宗(이원종)정무수석비서관 사이의 미묘한 대립에서부터 출발한다. 김실장과 이수석은 노동법을 개정할 것인지의 여부에서부터 노동계 파업에 따른 해법, 한보사태 대응방안, 특히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검찰조사문제, 당정개편의 폭 등에서 사사건건 대립해 왔다. 상도동 가신출신으로 민주계의 핵심인 이정무수석(K2·경복고)은 당초 「노동법 연내처리 강행」 「노동계 파업에 따른 여야영수회담 조기개최 반대」 「현철씨 검찰출두 반대」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또 한보사태 수습을 위한 대폭적인 당정개편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계이지만 PK(부산 경남)출신인 김실장은 이수석과 반대되는 의견을 김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지난 95년말 김광일비서실장체제 출범때부터 「불편한 관계」였던 두 사람사이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주요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 상의조차 하지 않는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다른 수석비서관들도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文鐘洙(문종수)민정수석 尹汝雋(윤여준)공보수석 朴世逸(박세일)사회복지수석 등은 비교적 김실장과 시국인식을 같이하는 편이고 李錫采(이석채)경제수석은 이정무수석과 호흡을 같이하는 등 편가르기가 이루어졌다. 지난달 하순 한보철강 부도처리때만 해도 김실장과 이정무수석, 그리고 정책담당인 이경제수석을 제외한 다른 수석들은 전혀 부도처리 사실을 몰랐을 정도였다. 과거에는 대형사업체의 부도처리가 미칠 정치 사회 경제적 파장에 대한 분석이 관계기관대책회의 등을 통해 이뤄진 뒤 최종결정이 내려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때문에 한보사태가 시국위기로 이어지면서 김실장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경제수석과 문민정수석, 윤공보수석비서관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문수석 등은 이경제수석이 『한보사태에 정부는 책임이 없다』며 경제논리로 한보사태를 설명하자 『문제가 없으면 사태가 왜 이 지경이 됐느냐. 그런 인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느냐』고 공격했다. 반면 『현철씨가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김실장이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이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정무수석팀이 김실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현철씨는 지난 15일 일부 언론에 「김대통령이 현철씨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시했다」고 보도되자 즉각 「여권내 음모설」을 제기했다. 또 이정무수석을 비롯한 청와대내 민주계는 사실여부를 묻는 물음에 『말 잘하는 사람에게 가서 물어보라』는 식으로 김실장을 겨냥했다. 이에 앞서 신한국당의 金德龍(김덕룡)의원도 구체적 지칭을 하지 않았지만 「정치음모설」을 제기했다. 민주계의 이같은 김실장공격은 김실장이 「민주계 죽이기」의 선두에 서있는 것이 아니냐는 나름대로의 우려에서 비롯된다. 민주계는 洪仁吉(홍인길)의원의 「한보떡값」의혹 유포도 김실장을 비롯한 검찰 및 안기부내부의 반민주계세력 작품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실장이 지난 17일 재외공관장회의에서 『김대통령이 25일이 취임 4주년이 아니라 5주년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하자 민주계가 즉각 김실장을 공격하고 나선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반격은 이정무수석 직계인 신한국당의 민주계인 姜三載(강삼재)사무총장과 金哲(김철)대변인(K2)이 주도했다. 이에 대한 김실장의 반응은 『이제 「김광일죽이기」가 시작됐다』였다. 이같은 청와대 비서실 내부의 갈등에 대해 여권에서는 「PK」와 「K2」세력간의 세(勢)대결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음모설을 제기한 김덕룡의원이나 현철씨가 모두 K2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