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엽기자] 「표절가요의 근절을」. 요즘 방송가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가요표절의 청산운동 구호다. 표절실태가 중증인 만큼 방송가에서도 팔걷고 나서겠다는 것. PD 연합회는 TV와 라디오 PD 20여명으로 구성된 「표절가요판정위원회」(위원장 성대경 KBS라디오차장)를 구성, 3월부터 가동시킬 방침이며 MBC는 자사 PD와 음악평론가 등 12명으로 「MBC 표절가요전문심의위원회」(위원장 윤호찬 심의국장)를 지난달 31일 발족시켰다. 「표절가요판정위원회」는 원곡과의 비교, 작곡자의 의견을 들어본 다음 참석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할 경우 표절판정을 내린다. 표절판정을 받은 노래는 방송금지처분을 받으며 특히 해당작곡가의 다른 노래도 방송을 제한하는 등 「중벌」을 내리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성대경 위원장은 『「천상유애」 「귀천도애」 등 이전 표절곡의 예로 볼 때 히트후 표절은 제재효과가 없어 사전 대책이 절실하다』며 『표절 작곡가 규제 등 중벌도 제재 때문이 아니라 사전경고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MBC의 「표절가요전문…」는 MBC 내부기구로 박호준 서울예전 실용음악과교수, 반진수 공륜심의부장, 김경남 연예제작협회이사를 비롯해 음악평론가 강헌 임진모, 작곡가 김형석 이범희씨 등이 참가하고 있다. 이 위원회에서 표절판정을 받은 곡은 MBC 내부지침으로 본사와 지방 19개 전계열사에 걸쳐 방송금지조치가 내려진다. 방송가에서 이처럼 고강도 처방을 내놓은 까닭은 표절가요의 심각성과 자체심의의 한계 때문. 특히 10대를 겨냥한 댄스곡이 만연하면서 유사곡이 범람하는데다 표절행위도 교묘해 방송사에서도 전문적인 심의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표절사건은 PC통신 등에서 먼저 문제가 제기된 뒤 방송사가 뒤따라가기 일쑤여서 표절곡을 단기간이나마 방송사에서 홍보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웠던 속사정도 있다. 한편 가요계에서는 방송가의 표절대책에 대해 수긍하면서도 『과거 표절논란시 PD나 방송사간 견해가 엇갈리는 예로 봐서 표절판정에 대한 투명한 기준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